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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파일] 농협개혁 분위기는 익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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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2-1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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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센지 대통령이 센지 한번 해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 당선자 신분으로 농민 위에 군림하는 농협을 개혁하겠다며 이처럼 이야기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수도 없이 농협개혁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농협 개혁은 그때마다 실패했다. 대통령이 직접 챙겼어도 안 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농협 개혁인 셈이다.

"농민이 죽어가는데 농협은 사고만 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서울 가락시장 상인을 찾은 자리에서 이처럼 농협을 질타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를 계기로 정학수 제1차관과 김완배 서울대 교수를 공동 위원장으로 농협개혁위를 구성하고 연말까지 개혁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여론도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 비리가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탓에 농협 개혁을 반기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농협은 뒤늦게 자구책을 내놓기에 분주하다. 금융지주사 분리를 포함한 농협중앙회 구조조정에 이어 현재 25개인 자회사 수를 2010년까지 16개로 줄일 계획이다. 내년에는 자회사 전체 상근임원 가운데 22%인 11명을 감축하고 신규임원은 내외부 공모로 영입하되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치기로 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면 회장부터 개혁하겠다며 농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정부에서 농협개혁위를 통한 농협 개혁이 번번이 실패했던 만큼 이번에도 의미 있는 개혁을 바라기 어렵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만 4차례에 걸쳐 농협개혁위가 설치됐고 이번까지 합치면 5번째다. 농식품부는 9월 농협중앙회장 인사권 제한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농협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백지화하기도 했다. 농협 개혁은 그만큼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농협 개혁 핵심은 농협중앙회장이 가진 대표이사 추천권을 제한하는 데 있다. 2005년 농협법 개정으로 농협중앙회장 지위는 비상임직으로 격하됐다. 하지만 농협법 130조에 따라 농협중앙회장은 사업 부문별 대표이사를 추천하는 것이 여전히 가능하다. 농협중앙회장이 가진 인사 추천권은 농협개혁위가 만들어질 때마다 도마 위에 올랐으나 반발에 밀려 제대로 칼을 댄 적이 없다.

농협 개혁이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직선제로 뽑는농협중앙회장이 지역조합이라는 방대한 조직을 등에 업고 있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정부는 9월 농협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지역조합장 1190명을 비상근으로 전환하려고 했지만 이들 반발로 결국 철회했다. 직선제인 농협중앙회장을 뽑을 때 조합원 수와 관계없이 지역조합장마다 1표씩 가져가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정부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역조합에 대한 인적쇄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번 개혁안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김완배 농협개혁위원장은 농협법 개정안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농협개혁위는 개혁안을 투표에 붙여서라도 연말까지 위원회 단일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농협 개혁이 10년 넘게 끌어온 숙제인 만큼 나올 답은 다 나왔다고 말했다. 선택에 대한 문제만 남았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농협을 손보겠다고 나선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갖가지 비리의혹으로 농협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직접 농협을 질타하면서 정책 의지까지 더해지고 있다. 농협 개혁이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이 어느 때보다 무르익은 만큼 정부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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