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계획을 놓고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강 정비사업은 대운하와 무관하며 치수·수질개선·물부족 해소 등을 위한 종합적 하천정비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대운하 재추친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며 관련 예산의 대폭 삭감을 요구하고 있어 대치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야권, ‘정비사업은 곧 대운하’
민주당 김유정 10일 대변인은 “정부가 4대강 하천 정비사업이라고 에둘러 표현은 하고 있지만 하천 정비에 머물지 않고 대운하와 연계시킬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며 “민주당은 관련 예산을 절대 동의해 줄 수 없고, 반드시 삭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소속 민주당 오제세, 조영택 의원 등은 심사에서 “대운하 예산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삭감해야 한다”며 내년도 4대강 사업 책정예산 7천910억원 가운데 2천500억원의 삭감을 요구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이날 당5역 회의에서 “4대강 정비사업은 대운하를 위한 기초작업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특히 낙동강 정비사업 예산이 4469억원으로, 2008년도 1836억원에 비해 243%가 증가했는데 다른 강과 비교하기에 증가폭이 너무 차이 난다. 낙동강 정비사업이 바로 대운하의 기초작업이 아닌지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여권, “정비사업, 대운하와 무관”
이에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 간담회를 통해 “4대강 정비사업을 순수하게 받아들여 달라”며 “4대강 정비사업이 대운하와 연계됐다고 하는데 절대 아니”라고 강력 부인했다.
이어 “정치권에서는 대운하를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정부는 여러 의견을 청취하겠지만 4대강을 정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4대강 정비를 하려면 건설업자를 많이 동원해 활용해야 하고, 이는 경기활성화와 고용증대에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는 이날 모 라디오에 출연 “4대강 정비는 대운하와는 전혀 다른 사업”이라며 “4대강 정비사업은 홍수도 예방하고 지구온난화와 물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하천수질도 개선할 수 있다. 다목적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한국판 뉴딜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역시 “(4대강) 치수사업은 수원지 확보 및 환경 정비에 불과하다”며 “보를 설치하면 배가 못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대운하를 만든다고 의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친(親)대운하 단체인 부국환경포럼이 이날 오후 발기인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대운하 재추진 논란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내년 2월12일 공식 출범을 목표로 하는 이 단체는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대운하 공약을 도맡아 온 한나라당 박승환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으며, 대운하를 주요 활동과제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