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1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글로벌 경제위기, 한국기업에 대한 도전과 과제'란 내용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외환위기 당시 LG전자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정 부회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 경제전망치를 한 달 만에 대폭 수정해야 할 정도로 세계 경제상황은 어렵다"며 "한국 역시 지난 석 달 동안 주가가 20% 이상 내리고, 원·달러 환율이 30% 넘게 오르는 등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경련이 조사하는 기업경기지수도 12월 전망치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55로 나왔다"며 "건설,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는 산업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기업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당분간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게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한국 기업들의 위기 대응력이 높아져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부채비율이 낮아졌고, 현금유동성도 크게 늘었다"며 "LG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10년만에 부채비율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은 107%인데, 이는 미국(126%)이나 일본(205%) 기업보다 크게 낮은 것이며 총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99년 5.3%에서 10.3%로 두 배 정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또한 한국 기업들의 위기대응 체질 강화도 경쟁력 요인으로 꼽았다. 선박(1위) 디스플레이(1위) 휴대폰(2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고품질 경쟁력 제품의 수출비중도 97년 47%에서 올해 1분기 60%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현재 세계 경제위기는 서로에 대해 믿지 못하는 신뢰의 위기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공조와 함께 민간 부문에서의 소통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경진 기자 shiwal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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