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 위기에 따른 세계 경기 불황이 우리 기업들을 강타하고 있다.
올 중반까지 쾌속질주하던 기업들은 하반기 들어 월가에서 촉발된 '글로벌 경제공황 쓰나미' 파고에 휩쓸리면서 매출과 이익이 격감하고 있다. 심지어 주요 대기업들이 내년 계획조차 제대로 세울 수 없을만큼 시장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는 형국이다.
2008년 한 해 우리 대기업들에게는 몇 점을 줘야 할까? 또 기업들의 '뉴 파워'로 등장하고 있는 2세들은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까?
재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대기업들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미국발 금융위기와 국제원자재가격 급등에도 불구, 양호한 경영실적을 거뒀다.
전년동기 대비 분기별 매출 증가율은 1분기에 18.5%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는 26.0%, 그리고 3분기는 29.9%를 기록했다.
그러나 세계경제 침체가 본격화된 4분기에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매출 성장세도 크게 꺾이고 있다.
'해가 지지 않는 기업'이 될 것만 같았던 삼성그룹은 비자금이란 암초에 걸려 이건희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고 외형상으로는 그룹이 해체되는 풍랑(風浪)을 겪어야 했던 한 해였다. 다만 그룹의 매출은 국내 기업사상 최초로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세계적 경기불황 탓에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악몽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다만 세계적인 수요 감소세 속에서 기아자동차는 잇따른 신차 발표와 소형차 위주의 판매 전략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그룹은 무자년(戊子年)이 최고의 한 해로 기록될만큼 의미있는 한 해였다. 삼성, 현대∙기아차그룹에 이어 국내 그룹 중 세 번째로 연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7조원을 달성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LG전자 MC사업부, LG디스플레이,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부 등은 지난 3분기까지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그룹 매출의 성장을 견인했다.
그동안 내수기업이란 한계를 갖고 있었던 SK는 올해 성장 패러다임을 수출로 전환하면서 수익구조의 세대교체를 이뤘다.
SK는 올해 수출에서만 약 30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SK에너지, SK케미칼, SKC 등 주력 제조업체들은 수출 비중이 이미 50%를 넘겼다. SK는 또 경기불황에 큰 여파를 타지 않는 사업구조가 필요하다는 것도 절실히 느낀 한 해였다.
문제는 내년이다. 불황의 여파가 경영 전반에 충격을 주고, 수비적 경영기조가 널리 확산되면서 그동안 펼쳐왔던 성장 전략들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불황극복 역량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와는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차제에 각 부문별로 효율적인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이번 불황을 글로벌 판도 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글로벌 경기침체와 경쟁 환경은 국내 기업들에게 글로벌 초강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며 “불황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경쟁환경과 기업이 보유한 역량을 고려한‘맞춤형 불황 극복 전략’을 적극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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