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자동차업체에 14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구제법안이 12일 상원 통과에 실패했다.
상원 의원들은 전날부터 자동차업체 구제법안을 놓고 자동차업체, 전미자동차노조(UAW) 등과 함께 마라톤협상을 벌여 왔으나, 자동차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일본 업체 수준으로 삭감하라는 공화당의 요구를 노조 측이 거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상원은 이 법안을 계속 다룰지를 놓고 표결을 실시했는데 찬성 35, 반대 52로 가결에 필요한 최저 득표수 60표를 얻지 못하면서 이 법안에 대한 논의는 중단됐다.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 해리 리드 의원은 구제법안 통과가 좌절된데 대해 "국가적인 손해"라면서 "내일 월가(街)를 쳐다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시 대통령이 7천억 달러의 금융계 지원기금을 자동차회사들을 긴급지원하는 데 사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지난 10일 자동차업체 구제법안을 의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 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한 바 있다.
법안 마련 과정에서 공화당 측의 대표 교섭인으로 나선 밥 코커 의원(테네시)은 양당이 겨우 합의점에 도달하는 듯했으나 노조가 2009년도에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나와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와 도요타자동차 미국공장의 시간당 임금은 각각 29.78달러와 30달러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연금과 의료비 부담분을 포함한 1인당 총 노동비용을 계산하면 GM은 69달러인데 비해 도요타는 48달러다.
자동차업계 구제 방안을 적극 지지해온 공화당의 조지 보이노비치(오하이오) 의원은 노조가 임금 삭감을 2011년 이후에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코커 의원은 "우리는 사실상 모든 문제를 해결했고, 합의점에 도달하는 데는 겨우 세 단어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상원 은행위원장 크리스토퍼 도드 의원도 "이미 깊고 험난한 경제위기의 한복판에 있는데 우리는 그냥 손을 놓아 버린 채 위기를 부채질한 꼴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표결이 결렬되자 긴급 논평을 내고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자동차업체 구제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몇주 뒤에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자동차업체 구제법안이 지난번 7천억달러 구제금융법안처럼 의회에서 재논의된 후 극적으로 통과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회가 잇따른 구제법안 처리와 그 과정에서의 협의에 지쳐 있는데다가 여론도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정부 지원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퓨 리서치센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지원에 찬성한다는 사람의 비율은 39%에 불과했는데,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의 지지율은 각각 31%와 45%였다.
미국 매리스트대학의 별도 설문조사에서도 찬성 의견이 41%였던데 비해 반대는 4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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