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표면상 ‘독도’ 이유들어 중단.. 일각 “김구 초상 선정 보수층 반발” 의혹 제기
정부가 10만 원짜리 고액권의 발행을 무기한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액권 발행은 지난 2006년 공론화된 이후 많은 논란 끝에 정부의 승인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 후 돌연 '보류'...현 정부내 발행 물 건너가
고액권 발행 작업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06년 12월22일 국회에서 ‘고액권 화폐 발행을 위한 촉구 결의안’이 의결되면서 본격화됐다.
한은은 지난해 5월 정부와 협의를 거쳐 화폐도안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실무작업에 돌입해 11월에 10만원권은 백범 김구, 5만원권은 신사임당으로 인물 도안을 확정했고 12월에는 10만원권의 보조 소재로 대동여지도 등을 선정했다.
정부 승인과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지난해 12월 31일 디자인이 확정됐고 올해부터 조폐공사는 시제품 제조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대동여지도 목판본에 독도가 없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정부의 요청에 의해 올해 9월 10만원권에 대한 작업이 잠정 중단됐다.
이번 연기 결정으로 10만원권 발행은 현 정부 임기 내에서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10만원짜리 고액권 발행은 도안 선정을 위한 의견 수렴, 도안 최종 확정, 시제품 작업, 최종 발행 등의 과정에 2∼3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 당국 “독도 문제 때문”..의혹 증폭
앞서 언급했듯이 재정부와 한은이 10만원짜리 고액권 발행중단의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뒷면에 들어가는 대동여지도 목판본에 독도가 없다는 점이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갈등, 국민적 정서 등을 감안하면 10만원권에 독도를 그려 넣어야 하지만 이렇게 되면 대동여지도를 조작하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독도가 그려져 있다는 필사본은 대동여지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지도라는 것이 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서 10만원권의 제작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정부와 한은의 설명이다. 경제 여건상 10만원권 발행이 시급하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물가는 2006년 12월 당시 상승률이 2.1%인데 비해 최근에는 당시의 배를 웃돌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고액권이 나올 경우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인물초상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보조 도안(대동여지도) 때문이라기 보다는 앞면 도안에 김구의 초상이 선정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부측의 공식 반응은 아직 없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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