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8일 내놓은 20조 원 규모의 은행 자본확충펀드 조성 방안은 금융시장과 실물경기의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조치다.
이를 통해 경기침체 장기화와 기업구조조정의 본격화에 대비해 은행의 재무 건전성과 손실 흡수 능력을 끌어올려 기업 지원 여력을 확대하고 대외 신인도를 개선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펀드 재원을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기관투자가, 개인투자자의 자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외환위기 때 처럼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을 또다시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 은행 자체 자본확충 `허덕'
금융위는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기자본을 내년 1월까지 9%로 맞추려면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자본 수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은행들이 확충해야 할 기본자본은 11조 원이지만 내년에 경기가 지금보다 나빠지면 부실이 커져 추가로 6조~7조 원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은행들의 BIS 비율은 9월 말 현재 10.86%이며 이중 기본자기자본 비율은 8.33%에 불과하다.
은행별 기본자기자본 비율은 ▲국민은행 9.17% ▲SC제일은행 9.06% ▲신한은행 8.50% ▲씨티은행 8.43% ▲외환은행 8.31% ▲우리은행 7.64% ▲하나은행 7.43% 등이다. 현재로선 외환.우리.하나은행 등 3개 은행의 자본확충이 가장 시급하다.
은행들은 지금까지 기본자본 확충 목표액인 11조 원 중에서 3조 원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연말까지 목표로 세운 6조7천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가운데 6조 원어치를 발행했다.
금융위는 펀드 조성에 앞서 자발적인 자본확충 실적이 미흡한 은행에는 추가적인 자구 방안을 요구하고 현재 기본자본의 15%로 제한된 하이브리드채권 등 신종자본증권 발행 한도를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자금시장의 경색과 내년 경기 악화 전망으로 스스로 자본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펀드 조성을 통한 간접 지원에 나선 것이다.
◇ 펀드 조성.지원 방식은
금융위는 은행 자본확충펀드에 필요한 자금을 내년 1월 중에 한국은행에서 10조 원,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로부터 8조 원, 산업은행에서 2조 원을 끌어올 계획이다.
우선 한국은행으로부터 10조 원의 대출을 받아 은행들의 우선주나 상환우선주, 후순위채 등을 사들인다. 이를 기초자산으로 보증기관의 보증을 붙여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에게 매각하고 후순위 유동화증권은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자금 지원을 받은 은행은 최소 5년 이후에 펀드에 판 우선주 등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 상환하면 된다.
펀드는 다만 은행 경영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의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나 신종자본증권 등을 주로 매입하기로 했다. 대신 은행들은 자체 비용 절감, 중소기업과 서민 지원, 불필요한 자산 확대 자제 등을 양해각서(MOU)와 같은 형태로 약속해야 한다.
펀드를 이용한 은행 자본확충 지원은 경기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이뤄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펀드는 저리의 한국은행 대출금을 활용하고 유동화증권에 대해 보증기관이 보증을 하기 때문에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고 시장금리 인하에도 기여할 뿐 아니라 안정성과 수익성도 높아 기관투자가와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도 투자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펀드 투자자들은 최소 5년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