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8일 발표한 내년 업무계획에는 은행과 기업에 대한 대규모 자금 지원 방안이 담겨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국면에서 벗어가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셈이다.
정부가 시장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든 만큼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은행권 자본확충에 올인 =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고 돈을 풀지 않아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 대한 자금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
정부가 한국은행의 지원을 받아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고 주택금융공사와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10조원 규모의 은행권 부실채권을 매입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본확충펀드 조성에 필요한 자금은 내년 초 한국은행이 10조원,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가 8조원, 산업은행이 2조원 가량을 부담하게 된다.
자본확충펀드는 은행들의 우선주와 상환우선주, 후순위채 등을 사들인 후 이를 기초 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매각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금융시장에 자금이 원활히 돌면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자금난 숨통 틔워 기업 줄도산 막는다 = 정부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여신 규모를 12조원 늘리고 보증기관의 내년 신규 보증 규모를 11조7000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다.
내년 국책 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이 중소기업에 공급할 신규 자금 규모는 무려 50조원에 달한다.
기업들의 회사채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을 매입해주는 채권시장안정펀드의 규모도 당초 목표치인 10조원에서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이 단기 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해주고 머니마켓펀드(MMF)의 채권 및 기업어음(CP)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로 한 것도 쓰러져가는 기업을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러나 기업의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를 차단하기 위해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내년 초 확대 개편되는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는 살릴 기업과 퇴출시킬 기업을 구분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은행권의 중소기업 지원액 50조원 중 30조원을 6개월 이내에 풀기로 했다.
◆ 서민 가계 붕괴도 사전 차단 = 경기침체로 자산가치 하락과 실질소득 감소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가계를 살리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우선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은행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보증해주기로 했다. 9월 말 현재 234조6000억원에 달하는 주택대출 잔액 중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잔액은 40~50조원 가량이다.
그러나 집값 하락으로 대출 만기 연장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정부가 이를 보증하기로 한 것이다.
주택금융공사는 가계의 주택대출 만기 연장을 보증하고 은행들은 만기를 최장 30~35년, 거치기간은 최장 5~10년 늘려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신용회복기금의 지원을 받아 고금리 대출에서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채무액 기준도 현재 1000만원에서 내년 3000만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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