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 1급 간부들의 일괄 사표 제출로 촉발된 고위 공직자 물갈이가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국세청과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간부들이 사표 대열에 가세하는 등 각 부처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19일에도 "장관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청와대와 사전 조율하거나 협의하는 일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각 부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석회의 등 공.사석에서 인사 문제에 관해선 일절 함구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오히려 "인사 얘기가 왜 자꾸 나오느냐"고 반문하면서 입단속을 하는 입장이다.
◇"대세는 대폭 물갈이" =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물갈이가 대세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괄 사표 형식이든, 정기.비정기 인사를 통하든 일부 고위 공직자의 교체가 불가피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측은 각 부처 동향을 내밀히 탐색한 뒤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통치철학과 개혁에 전적으로 동참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교체 없이는 집권 2년차 국정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도 18일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공직자 선봉론'을 거듭 강조했다.
"공직자들이 위기극복에 있어 선봉에 서야 한다. 공직자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데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그 중에는 아직도 자세를 가다듬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자세를 가다듬지 못한 사람'이란 언급에서 일부 공직자에 대한 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집권 초반 국정운영이 난항을 겪은 원인 가운데 일부 공직자의 조직적 저항과 비협조도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차제에 공직 조직에 대한 전열 정비를 통해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이 전면적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 부진 부처가 주요 타깃될 것" = 교과부 간부들의 일괄사표에는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당수 청와대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다만 "교과부의 경우 특수한 케이스"라는 게 공통된 언급이다.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논란, 수능과목 축소 등에서 드러났듯 교과부가 `MB 교육정책'에 엇박자를 놓은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게 청와대 시각이다.
개혁 불이행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돼 인사 쇄신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부 다른 부처에도 해당될 수 있다. 특히 외교부의 경우 조직이기주의가 심각한 수준인 데다 기득권에 안주, 배타적인 인재풀을 운영하고 있고 외교 사안을 정확히 보고하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다는 것이 여권 핵심부의 인식이다.
외교부가 본부 1급 전원에 대해 일괄사표를 받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
청와대는 이전에도 외교부 개혁을 내밀히 추진한 적이 있다. 지난 4월 애틀랜타 총영사 임명을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당시 일부 청와대 핵심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를 시도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중도 무산됐다.
다만 경제부처의 경우 경제.금융위기 상황을 감안, 일단 공직자 물갈이를 유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어디까지 가나" = 청와대는 이번 공직자 사퇴가 자연발생적 흐름이 대세적 흐름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언론이 어젠다를 설정한 것 아니냐"면서 "이제는 청와대가 아니라고 해도 굴러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소설이 팩트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일부 부처가 이에 추가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을 전해졌다.
공직자 사퇴 흐름이 더 번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여러 군데가 나와서 좀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거의 갈 때까지 간 것 같다"면서 "한, 두 군데 정도 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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