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방고수는 ‘경제토론방에서 활약하는 경제고수’의 줄인 말이다. 미네르바를 비롯해 SDE, 명사십리(이상 필명)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들은 해박한 경제지식을 바탕으로 제도권 경제전문가들보다 더 예리한 경제전망을 쏟아내며 인터넷 공간을 달궜다.
특히 미네르바는 정확한 환율예측과 시니컬한 정부비판으로 네티즌들로부터 ‘경제대통령’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지난해 말 우리 정부와 국책 연구기관, 민간 경제연구소, 금융기관들은 2008년도를 전망하며 경제성장율 5% 이상, 종합주가지수 1600∼2150선, 원-달러 평균환율 920원, 무역수지 140억 달러 흑자 등을 주창했다.
그러나 실제 올해 경제성장율은 3.6%,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0월 892.16까지 떨어지며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최근에는 1200원∼13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14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던 무역수지도 흑자를 내기는 커녕 약 135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불과 2달전에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에 육박할만큼 치솟다가 최근에서야 1300원선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이쯤되면 그동안 제도권의 경제 전망이나 경기 예측들이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식의 그냥 추측에불과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율을 3%로 예측, 발표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4.7%에서 내년에는 3% 내외, 그리고 2010년에는 2% 후반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자리 창출도 10만 개를 목표로 잡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관련 "2010년경에는 우리경제가 정상 궤도로 진입하고, 빠른 시일내 선진일류 국가로 도약할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청사진도 밝혔다.
그러나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이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정반대에 와 있다. 국민 대다수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유례없는 글로벌 경기불황 탓에 대다수 국내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는가 한편, 임금 삭감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급여마저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까지 나오고 있다.
또 내년도 신규 채용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거나 채용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청년 실업난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6.8%에 달했다. 10명 중 6명 이상이 놀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보 불구하고 최근 국회는 해머, 소화기, 전기톱, 물대포, 국회의장실 점거, 몸싸움 등 무슨 조폭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작태를 보여줬다.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을 국회 외교통상위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루하루를 어렵사리 버티면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가슴은 다시한번 짓눌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좋은 살구빛 청사진을 발표한 들 누가 믿겠는가? 빛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갑남을녀(甲男乙女)도 내년에 제2, 제3의 미네르바가 등장할 것이란 예측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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