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D램 반도체 생산규모를 줄일 가능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만 등 후발업체들에 대해 고사작전을 구사하며 치킨게임(상대방이쓰러질 때까지 출혈경쟁을 벌이는 것)을 즐겼던 삼성전자가 반도체 값 급락에 따라 영업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초 1달러20센트였던 D램(1기가 DDR2) 반도체 가격은 최근 반토막 수준인 60센트까지 폭락한 뒤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 온라인 반도체 중개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기가 800MHz D램 가격은 현재 최고 85센트까지 오른 상태다.
또한 11월북미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주문 출하 비율'(Book to Bill Ratio)이 24개월만에 처음으로 1.0을 넘었다. BB율이 1.0을 넘었다는 것은 반도체 경기가 상승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D램 값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많다.
안성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공급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최근 반도체 값이 급등했다"며 "특히 삼성이 공급물량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려는 업계의 공조가 이뤄지면서 반도체 값이 조금 더 오르겠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박정욱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물량이 많은 상태여서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르고 나면 떨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업계에서 공급량을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공급 부족에 따른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값 상승세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만 정부는 한계상황에 처한 자국 D램 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검토중이어서 구조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은 삼성전자에 두 가지 고민을 안기고 있다. 생산규모가 가장 큰 업체라는 점에서 반도체 값 급락에 따른 영업적자폭 역시 큰 데다 대만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출혈경쟁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반도체 판매전략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격 압박을 통한 실효성보다는 손실확대에 따른 부담감이 높아져 감산을 통한 가격인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은 전략적인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 언제가 수요가 살아나면 잘 버틴 업체가 더 많은 결실을 볼 수 있다"며 감산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삼성이 공격적으로 설비투자를 할 상황이 아니다"며 "생산을 늘리기보다는 공정전환을 통해 한계물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원가를 낮추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내년 2분기 가동예정인 삼성전자의 경기도 화성 16라인은 현재 설비투자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진 기자 shiwall@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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