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업체들에 대해 고사작전을 구사하며 치킨게임(상대방이 쓰러질 때까지 출혈경쟁을 벌이는 것)을 즐겼던 삼성전자가 반도체 값 급락에 따라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초 1달러20센트였던 D램(1기가 DDR2) 반도체 가격은 반토막 수준인 60센트까지 폭락한 뒤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 온라인 반도체 중개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기가 800MHz D램 가격은 현재 최고 85센트까지 오른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D램 값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안성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을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이 내년 공급물량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심리가 작용하면서 최근 D램 값이 급등했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박정욱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물량이 많은 상태여서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르고 나면 떨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업계에서 공급량을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공급 부족에 따른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만 정부가 한계상황에 처한 자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검토중이어서 삼성전자에 고민을 안기고 있다.
생산규모가 가장 큰 업체라는 점에서 반도체 값 급락에 따른 영업적자폭 역시 큰 데다, 대만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출혈경쟁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지금 생산을 늘리기보다는 공정전환을 통해 한계물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원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는 게 낫다"고 전했다.
정경진 기자 shiwal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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