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에 대한 주택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포함하여 당초 예상됐던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폐지, 신규주택 취득시 양도소득세 한시적 면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추가 부동산 규제완화 조치가 유보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없던 일로 해버렸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유보됐다기 보다는 일정이 늦춰졌다.
"부처간 좀 더 협의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재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토부 역시 큰 틀의 변함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다만 시일이 문제라고 하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다가 '설 선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폭등의 주범으로 몰았던 강남 주택시장도 동사(冬死)상태에 빠졌다. 시세는 지난 2006년 5월 '버블세븐'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때의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거래는 밑바닥이다. 그래서 강남지역 역시 투기를 걱정하기 보다는 수요진작책이 필요할 때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택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대출규제가 완화된다. 분양권 전매 제한도 없어진다. 그래서 거래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다.
강남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다. 실제로 지난주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뉴스가 나오면서 일부 급매물은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의 극히 일부의 문제일 수 있다. 앞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린 지역의 동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원인은 단순하다. 실수요자이든 투자수요자이든 향후 집 값 움직임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집을 취득했을 때 나에게 돌아올 손익 계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택 구입 자금 가운데 상당부분을 금융권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처럼 비싼 이자에다 경기불황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 대출도 쉽게 안해준다. 그래서 매수세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책은 '타이밍'이다. 그리고 규제를 풀 경우에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예고를 하면서 조금씩 풀면 내성이 생긴다. 즉, 앞으로 더 풀릴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하게 되고 결국 매입을 꺼리게 되는 '수요 지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고 비판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수요 지연' 효과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시장을 이기려고 덤벼들기 보다는 시장의 물꼬를 가볍게 틀어주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해주는 정책이 최선이다. 그리고 기대심리와 수요지연효과가 존재하는 한, 시장은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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