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본 전자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감산과 감원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로 자동차에 이어 일본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산업의 휘청거리고 있다며 경영여건이 나빠진 전자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하는 등 고강도 다이어트에 들아갔다.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 생산업체인 도시바는 최근 일본 국내 4개의 반도체 공장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생산량을 내년 1월부터 30% 줄인다고 발표했다.
![]() |
||
일본 반도체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주로 생산하는 욧카이치 공장은 13일간 휴무에 들어가고 디지털 가전과 게임 기기에 쓰이는 시스템 대규모집적회로(LSI)를 생산하는 오이타 공장도 최대 22일, 큐슈공장 25일, 효고공장 18일간 가동을 중단한다.
이와 함께 위탁 및 파견 사원과 같은 계약직 직원들의 계약도 해지할 예정이다.
일본 최대의 가전제품 업체인 소니도 본격적인 군살빼기에 들어갔다.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은 지난 9일 경영방침설명회에서 소니의 주력 분야인 일렉트로닉스(전자기기) 부문의 직원 8000명 줄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파견, 시간제 사원등 비정규 종업원도 8000명 규모로 줄이기로 해 감원 수는 총 1만6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해외매출비중이 80%가 넘는 소니로서는 금융위기로 인한 타격이 상당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일본 전국의 57개 공장 중 10%를 내년에 축소하기로 했다. 소니는 공장 폐쇄로 약 1000억 엔의 비용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니는 인력뿐 만 아니라 투자계획도 재조정할 계획이다.
![]() |
||
일본 오이타현의 대규모 반도체공업단지 |
소니는 당초 향후 3년간 총 1조8000억 엔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전자기기 부문의 투자액을 다소 줄일 계획이다. 미주에서 액정 텔레비전의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슬로바키아 증산투자 연기방침 때문이다. 고속성장분야로 내다보고 있던 디지털 카메라용 반도체 센서 생산도 일부 아웃소싱으로 돌릴 예정이다.
세계경기 침체와 가파르게 상승한 엔·달러의 영향으로 소니는 2008년 이익을 지난 7월 예상보다 57.4% 줄인 2000억 엔으로 하향 수정했다.
도시바와 소니 같은 대형업체 뿐 아니라 중소 반도체 회사들의 다이어트도 잇따르고 있다.
실리콘웨이퍼(집적회로 IC의 기판)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 제품을 만드는 '코바렌트마테리얼 니가타'는 이달말 기간이 만료되는 파견사원 185명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코바렌트마테리얼 니가타 관계자는 "정해진 물량 생산에 가장 효율적인 인력만을 남기고 구조조정에 들어가겠다"면서 "대신 나가는 직원들에게는 회사차원에서 충분한 보상금이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관련제품 제조사인 '니가타 포리마'와 웨이퍼 생산업체 'SUMCO'도 감원에 돌입했다.
실리콘 웨이퍼 운송 용기 제작의 전세계 40%을 점유하고 있는 '니가타 포리마'는 17일 700명(9월말 기준)의 사원 중 파견사원 150명의 계약을 중지했고 SUMCO도 자회사 SUMCO TECHXIV의 공장가동을 14일간 멈추고 200명의 계약직원을 구조조정 차원에서 해고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전자업체들이 버블 붕괴 이후 체질개선에 실패해 이 같은 고행을 겪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80년대 말 백화점식 경영과 이를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한 대형화가 일본 전자회사들의 문제"라면서 "통합으로 인해 양적 성장은 이루었지만 내부경쟁력이 약해져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 기민하게 반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 연구원은 또 "최근 일본이 경기후퇴를 겪고 있어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산업도 동반 퇴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 세계 반도체 시장 침체와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한 것"이라며 "일본은 버블 붕괴된 이후에도 연구개발(R&D)에 매진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고 최근에도 R&D 분야의 투자를 아끼고 있지는 않아 상황을 비관하기는 이르다"고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실제로 일본은 부동산 버블과 IT 버블 붕괴 이후 기술개발에 투자비중을 늘려 평판TV, 디지털 카메라, DVD레코더 등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며 신규 시장을 창출하기도했다.
한편 세계반도체시장통계(WTTS)는 내년 전자 부문 시장 성정세가 둔화돼 세계반도체시장 규모는 2561억 달러(출하액 기준)로 2008년 대비 2.2%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IT(정보통신)버블이 붕괴된 지난 2001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년에도 별다른 호재가 없고 아직 경기침체가 진행되는 중이라 상황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예상이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