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 25일까지 협상을 하자는 한나라당의 제의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각각 '대화는 시도하되 쟁점법안 처리는 그대로'와 '진정성 없는 대화제의며 여당의 단독상정 선사과'라는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말의 타협 가능성도 점쳤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이나 자유선진당 등 '중재자'들은 애를 먹고 있는 상태라 대화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여야, 입장차 여전해
한나라당은 기존입장을 철회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민주당이 협상테이블로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내엔 ‘그래도 우리는 대화를 시도했다’는 명분을 얻기 위한 성격이 짙어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김정권 원내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내부문제(민주연대) 때문에 ‘사꾸라 논쟁’을 벌인다는 비난을 들을까봐 대화를 거부하는 듯하다”며 “대화가 결렬돼도 쟁점법안들은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며 이중 하나라도 야당에 양보할 분위기도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단독상정에 대한 사과방식을 협의해 주기로 했다’며 막판 대화 가능성도 점쳤으나 김 대변인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사실상 ‘대화시도는 하되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에선 한나라당의 강행처리,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여당의 확실한 보장 없이는 대화는 절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재성 대변인은 이날 “한나라당은 현재 추진 중인 60여개 법안을 바꿔치기 하는 등 날림 입법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애초 임시국회 기간 협의에 협조했지만 한나라당은 25일로 못 박는 등 대화를 제의하는 게 아니라 ‘최후통첩’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고민 빠진 ‘중재자’들
‘중재자’를 자처한 김형오 국회의장과 자유선진당도 거듭되는 파행에는 속수무책이다.
김 의장의 경우 여야 원내대표를 이날까지 대화테이블로 앉힌다는 ‘직권중재’를 선언했으나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급기야 시일을 미루고 말았다.
김 의장은 “일단 지켜보겠으나 경제 법안은 꼭 연내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대화를 중재해야 하는 그로서는 결과가 어느 쪽이 되더라도 처신이 묘한 상황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의장으로서 객관적인 입장을 취해야 하지만 자신을 믿고 있는 당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직권상정을 하자니 한나라당 소속으로서 힘을 남용한다는 비난이 두려울 것”이라며 그의 고민을 대변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화를 추진하고 나선 자유선진당 또한 버거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권선택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가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듯하다”며 “현재로선 대화의 물꼬를 트기 힘든 것 같다”고 탄식했다.
물론 3대 교섭단체 중 하나이긴 해도 워낙 입김 차가 큰 탓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김 의장도 그의 중재를 기대해야 할 정도로 코너에 몰린 상황이라 부담스럽긴 매한가지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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