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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2008 부동산]⑤해외서 건진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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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2-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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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건설업계는 안에서 울었지만 밖에서는 웃었다. 국내에서는 유례없는 불황과 미분양사태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해외에서는 역대 최대의 연간 수주고(470억달러)를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고유가가 국내 경기에는 한동안 시름을 안겨줬지만 중동에서는 오일달러가 흘러 넘쳐 대형 건설ㆍ플랜트 발주가 잇따랐던 덕분이다. 특히 건설사들은 국내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연초부터 연간 해외수주 목표액을 늘려잡으며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수주고만 커진 게 아니다. 국내 건설사들은 한층 강화된 수주 경쟁력을 앞세워 진출 국가와 공사 영역을 넓혀 나갔다. 최근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몇몇 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를 맞아 해외사업에서 손을 떼기도 했지만 대형업체들이 주도하던 해외사업에 중소업체들이 대거 뛰어든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내년 해외건설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실제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건수는 하반기 들어 급감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파장이 전세계로 번진 데다 유가마저 곤두박질치면서 해외건설시장 역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도 대통령 새해 업무보고 자료에서 내년 해외수주 목표액을 올해 실적보다 적은 400억달러로 낮춰잡았다.

◆해외수주고 사상 최대 = 2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따낸 공사 금액은 모두 469억달러로 해외수주 500억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거둔 해외수주액은 연간 실적으로는 역대 최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7억달러보다 18% 늘었다.
 
공사건수는 63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609건)에 비해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해외수주액이 급증한 것은 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따낸 산업설비 공사는 모두 78건으로 지난해 83건보다 7% 줄었지만 수주 금액은 지난해 252억2000만달러에서 267억8000만달러로 6% 늘어났다. 올해 전체 해외수주액 가운데 57%에 달한다. 이어 토목(91억달러)과 건축(88억5000만달러)공사가 각각 19.37%, 18.85%를 차지했다.

특히 현대건설이 지난 5월  카타르수전력공사로부터 수주한 '라스라판 C IWPP 프로젝트'는 계약액이 20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따낸 단일 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SK건설 역시 지난 7월 쿠웨이트 국영정유회사로부터 20억6000만달러 규모의 '아주르 신규 정유공장- 패키지2'사업을 수주했다.

◆시장 다변화·중소업체 약진 = 해외건설시장의 중심은 역시 중동이다. 올해 중동에서 수주한 금액만 전체 수주액의 58%인 272억달러에 달한다. 중동 다음으로는 아시아가 가장 큰 시장으로 이 지역에서는 모두 141억달러어치의 공사를 따왔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은 진출 국가를 다양화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국내 건설사가 진출한 국가수는 모두 77개국으로 지난해(76개국)와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지만 건설사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처음 진출한 국가만 엘살바도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아이티 베닌 콩고 시리아 감비아 카메룬 모잠비크 루완다 동티모르 피지 자메이카 등 14개국에 달한다.

중남미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중남미에서는 지난해 10건의 공사를 통해 3억33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지만 올해는 공사 계약건수가 18건으로 늘어나 수주금액도 24억7700만달러로 급증했다.

업체별로는 역시 대형사들의 실적이 돋보였지만 중소업체들도 선방했다. 업체별 해외수주금액은 현대건설이 61억7200만달러로 가장 많고 이어 GS건설(51억6300만달러) 대림산업(34억9700만달러) SK건설(28억3800만달러) 포스코건설(26억6300만달러) 등의 순으로 수주액 상위 10위권 대형 건설사가 전체 해외수주액의 54%를 점유했다.

하지만 올해 해외에 진출한 업체수는 모두 284개 업체로 지난해 226개 업체보다 26% 증가했고 특히 중소업체들이 약진한 결과 이들이 수주한 금액은 지난해 67억달러에서 70억달러로 늘어났다.

◆내년이 고비 = 문제는 내년 해외건설 수주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유가 급락으로 하반기 들어 중동에서는 발주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약 12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신규 정유공장 사업은 입찰 마감일이 지난 11월에서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고 9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쥬베일 정유공장 사업도 당초 11월에서 내년 2월로 입찰 기일이 연기됐다. 또 카타르석유회사가 발주할 예정이었던 50억달러 규모의 알샤힌 정유공장 프로젝트 입찰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해외 수주 실적도 하반기 들어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됐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의 해외 수주 실적은 39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6억달러에 비해 54% 많았지만 4분기 수주실적은 74억6600만달러로 작년 동기(140억6000만달러)보다 47%나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건설사들은 수주 물량 감소에 대비해 수주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은 물론 가스나 발전 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로 수주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건설 외교를 활발히 펼치고 2조원 규모의 해외건설 인프라펀드를 조성해 국내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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