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갈수록 하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생활물가가 들썩거릴 가능성이 있어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물가는 3%대 전망이 많아 5% 후반대까지 치솟던 올해와 비교하면 상승률은 다소 낮지만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 상단에 위치할 만큼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과 곡물가격이 많이 내렸지만 고유가를 빌미로 폭등했던 서민 물가는 꿈쩍도 하지않고 있다.
이에 비해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임금이 동결되는가 하면 구조조정도 본격화하고 있어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이래저래 위축될 전망이다.
◇ 내년 물가 전망 3%대 대세
정부와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의 내년 소비자 물가전망은 3%대가 많다. 정부가 3% 내외를 전망했고 한국은행은 3%를 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1월에 수정치를 낼 예정이지만 지난 11월 내놓은 2009년 경제전망에서는 3.6%로 예측했다.
가장 최근에 전망치를 발표한 금융연구원은 3.1%를 제시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내 기관들에 비해서는 다소 높은 3.9%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민간연구소들도 3%대가 대세를 이룬다. 삼성경제연구소가 3.2%, LG경제연구원이 3.7%, 현대경제연구소가 3.3%를 내놓았고 한국경제연구원만 유일하게 2.5%로 2%대를 제시했다.
올해 연간으로 봤을 때 4.7~5.0% 정도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점에 비쳐 보면 높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내년 물가상승률은 올해의 높은 물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체감물가는 엄청난 수준이다.
올해 국제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개월 동안 5~6%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여기에 또 오를 경우 서민들의 살림살이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06년에는 소비자물가가 2.2%, 2007년에는 2.5% 오르는데 그쳐 대조를 이룬다.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나 환율 등이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도 물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유가가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환율도 한 달 전의 무서운 상승세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두 변수 모두 국내에서 통제하기도 어렵다.
◇ 벌이는 시원찮을 듯
물가는 오르는 반면 소득은 빈약해질 공산이 크다. 공무원들은 일찌감치 보수와 정원을 동결해버렸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공공부문이 보수 삭감으로 솔선수범했으므로 현 경제위기 극복에서도 역시 공무원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시각이다.
공기업들은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치면서 급여 동결은 물론 실직의 공포에 떨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에서 보듯 사기업들 은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 급여 삭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 제시되고 있는 잡 쉐어링(Job Sharing)의 개념도 급여 삭감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정부는 공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면서 구조조정의 기준점을 사람 수가 아닌 예산으로 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즉 사람 수를 유지하되 급여를 줄이는 방식의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잡 쉐어링이 일반화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급여가 줄어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기업이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이에 대한 충분한 공급이 없으면 임금이 올라간다"며 "지금은 반대의 상황이니 임금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 연구위원은 "요즘과 같은 상황에선 고용이 유지되면 다행이고 고용이 유지되더라도 물가상승분만큼 임금이 인상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정규직 일자리 '하늘에 별따기'
정부가 내년 경제 운용의 초점을 일자리 지키기와 창출에 두고 있지만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고용 여건과 질은 악화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즉 정규직은 줄어들고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부문에서 잠시 일거리를 갖는 비정규직만 대거 양상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정규직이 대거 퇴출되면서 그 자리를 비정규직이 메우게 되고 민간 기업 또한 생산 감소에 따른 인원 감축으로 서민층에 대한 고용 안정과 보수에 대한 전반적인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69개 공공기관이 향후 3∼4년 내에 각각 10% 이상씩 감원해 총 1만9천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으며, 쌍용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체의 공장 가동이 연이어 중단되는 등 대규모 실업에 대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조차 내년에 일자리가 4만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면서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저점으로 치달으면서 일자리 감소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고용정보원 또한 내년 상반기에 실업자가 올해 75만명보다 13만명 늘어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내놨다. 특히 금융위기로 갑작스레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신빈곤층마저 급속히 늘고 있어 내년도 고용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신빈곤층'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언급한 뒤 내년에 489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실직, 폐업에 따른 구직 기간에 필요한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대상 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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