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외형순위 지각변동 예고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를 올들어 인수했거나 전부터 보유해온 대기업이 내부지원 규모를 크게 늘려 주목된다.
대기업으로 간판을 바꿔 단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는 거의 전무했던 금융상품 영업실적이 한 분기에만 1조원대로 뛴 곳도 있어 증권업계 외형 순위가 크게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본금 2000억원 미만인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HMC투자증권(옛 신흥증권)과 하이투자증권(CJ투자증권)이 각각 대규모기업집단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계열 금융사로 올 하반기 공식 편입됐다.
HMC투자증권은 현대자동차로 계열 편입된 직후인 7~9월에만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계열사 6곳에 9582억원 규모 수익증권을 매도했다. 이는 연간 단위로 어림잡았을 때 4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내년부터는 현대차 계열 글로비스도 HMC투자증권으로부터 2700억원 한도에서 수익증권과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할 계획이어서 내부거래 규모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증권사 인수가 현대차보다 늦었기 때문에 내년 1분기부터 하이투자증권과 하이자산운용으로부터 1조5000억원 규모 머니마켓펀드(MMF)와 RP를 매입할 예정이다. 현대삼호중공업도 수익증권 매입을 통해 2500억원을 두 금융계열사에 맡기기로 했다. 하이투자증권은 과거 CJ투자증권 시절 계열사와 수익증권 거래 규모가 분기 평균 2000억원을 밑돌았다.
전부터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를 보유해온 대기업 가운데는 삼성이 내부지원 규모에서 가장 눈에 띈다.
삼성투자신탁운용은 2006년부터 해마다 삼성생명과 60조원 이내로 투자일임계약을 갱신해왔으며 지난달 30일 현재 거래잔액이 36조8000억원에 달했다. 두 회사가 설정한 거래한도액은 2006년과 2007년 계약 당시 각각 57조원과 58조원에서 2008년 59조원으로 해마다 1조원씩 늘었다. 삼성증권은 1~3분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화재를 비롯한 계열사 12곳에 모두 3조8387억원 규모 수익증권을 매도했다. 이 기간 누적 거래액은 삼성전자가 1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SK텔레콤과 SK에너지, SK도 내년 1분기 SK증권으로부터 모두 4200억원 규모 수익증권과 MMF, 회사채를 매입할 계획이다. 한화석유화학은 내년 1분기 한화증권과 금융상품 투자한도를 6000억원으로 정하고 이 가운데 3000억원을 한화투신운용에 맡기기로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증권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기업에 속하지 않은 증권사는 계열사로부터 지원조차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며 "향후 증권사가 속한 대기업 서열에 따라 증권업계 외형 순위도 크게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아주경제'(www.ajnews.co.kr)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