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했던 2008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은 단연 내년 경제 전망에 쏠려 있다.
내년에는 금융위기를 비롯해 실물경제의 침체가 잠잠해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글로벌경제는 물론 자본시장 전체의 요동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2009년을 맞이해 본지는 앞으로 5회에 걸쳐 내년 글로벌 경제와 아시아 증시, 상품시장, 외환시장, 채권시장을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1> 2009년 글로벌 경제..한파는 지속된다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의 실물경제 전이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009년 역시 금융위기 여파에서 글로벌 경제가 자유롭기는 힘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이 유럽과 아시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것에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 내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침체를 의미하는 'R'(Recession)과 디플레를 나타내는 'D'(Deflation)의 더블 펀치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경기침체가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본격화한 이후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 내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는 지적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글로벌 경제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주장이 점차 힘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년 하반기에도 상황이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악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대다수 전문가들이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주식시장은 물론 글로벌 자본시장에 가장 큰 적은 바로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경제 자문관을 지낸 브루킹스연구소의 마틴 베일리 애널리스트는 "분명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즈호증권의 스티브 리치우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 연례 경제전망은 틀렸다"고 강조했다.
리치우토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해 대부분 전문가들은 일단 내년 5월이나 돼야 경기회복 시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사이몬 존슨 MIT 교수는 "V자형 회복이 아닌 욕조형 회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글로벌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에 나서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안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가속화하는 배경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가 최근 분석했다.
사진: 2009년에도 신용위기 여파는 이어질 전망이다. |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주식과 외환, 채권 등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고 저축 비중을 높이면서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경색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제44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850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영국과 프랑스 역시 각각 GDP의 0.5%와 1.5%를 지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2009년 GDP 성장률 -2.5% 기록할 수도=지역별로는 유럽의 상황이 특히 좋지 않다는 평가다. 최근 유럽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수는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 지역의 GDP 성장률 역시 지난 2분기와 3분기 0.2% 위축된 이후 4분기에도 불황을 면치 못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4분기 유럽의 GDP 성장률이 -0.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씨에테제너럴의 브라이언 힐리아드 경제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기본적인 테마는 단기적으로 기업 업황이 침체라는 것"이라면서 "4분기 GDP 성장률이 1% 가까이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힐리아드 책임자는 "문제는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조나단 로인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와 스페인 등 이미 침체를 겪은 국가만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내년 유로존 GDP 성장률은 -1%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치방크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도이치방크는 유로존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2.5%를 기록해 2차대전 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이치방크의 마크 월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가 2010년에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 등 중앙은행들이 취할 수 있는 조치 역시 제한돼 있다. ECB는 지난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4.25%에서 2.5%로 인하했고 BOE가 5%에서 2%로 끌어내렸지만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행진은 이어질 것을 확실시하고 있다.
로얄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BOE는 내년 기준금리를 1%까지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침체 1년 지났지만 내년 전망도 '먹구름'=신용위기의 근원지인 미국 역시 침체기를 맞은 지 1년이 지났지만 내년에도 침체의 먹구름은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은 -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1분기 역시 사정은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베일리 애널리스트는 "바닥을 찾을 경우 하반기부터 회복될 가능성은 20% 정도"라면서 "비록 오바마의 집권이 시작되더라도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일리는 2009년 내내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져 있을 확률은 30~40% 정도라면서 실업률은 10%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 비관론이 지나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나로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의 조엘 나로프 대표는 "미국 기업들이 침체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면서 "내년 1분기 이후 기업들의 상황은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로프 대표는 "그러나 기업들이 침체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이 침체를 길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즈호증권의 리치우토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연준이 통화량을 계속해서 늘리면서 유동성 공급을 지속할 지가 가장 큰 시험이 될 것"이라면서 "연준은 시장에 약속한 것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韓 내년 2% 성장도 '감사'...중국은 6% 밑돌 듯=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경제의 전망도 암울하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손성원 교수는 "아시아의 전망도 좋지 않다"면서 "미국 경제와의 비동조화를 의미하는 '디커플링'은 이미 오래 전 얘기"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이미 침체기에 접어들었으며 한국의 경우 내년 2% 정도의 성장만 유지해도 양호하다는 평가다.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도약한 중국 역시 기존 전망치인 8~9%에 훨씬 못 미치는 6% 내외의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제 침체로 전세계 무역량 자체가 줄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처 중국 담당 책임자는 "지난 11월 지표들은 모두 좋지 않았다"면서 "더군다나 중국의 자체적인 경기 사이클도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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