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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의 글로벌프리즘] 금융위기와 세계화 그리고 스티글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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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2-3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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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파란만장했던 2008년이 저물고 있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로 시작된 신용위기는 사태의 근원지인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를 차례로 휩쓸면서 금융 쓰나미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신용위기 사태로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상각한 부실자산만 1조달러(약 1300조원)에 달했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 경제는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일제히 공식적인 침체기에 들어섰다.

세계 주요국 정부가 경기를 살리겠다며 쏟아부은 돈만 13조달러를 넘어섰다. 올들어 글로벌 증시에서 사라진 돈도 이에 버금간다.

개인적으로 올해가 충격속에 기사를 출고했던 2001년 9.11 테러 당시보다 더욱 씁쓸하다. 뉴욕 무역센터가 무너질 때는 3차 대전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공포까지 일었지만 여파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한정됐다.

오히려 9.11 테러는 조지 부시 행정부의 테러집단 '숙청'을 가장한 '오일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침체를 맞았던 미국 경제가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번 미국발 신용위기 사태는 전세계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9.11 테러 당시에 비할 바가 아니다.

머나먼 미국 월가에서 터진 일련의 사건들로 한때 유럽의 금융 선진국을 꿈꾸던 아이슬란드는 물론 헝가리와 우크라이나 등 유럽의 신흥국가들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며 사실상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다.

'아시아의 용'에서 세계 경제 주축으로의 비상을 꿈꾸던 중국 마저 내년에는 경제 성장률이 반토막날 것이라는 우려로 골치를 앓고 있다.

올해 글로벌 경제의 키워드는 단연 미국 주도의 자본시장 헤게모니의 붕괴다. 세계 자본시장을 호령했던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베어스턴스의 헐값 매각을 시작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졌고 8년 집권에서 물러나는 부시 대통령은 신용위기 사태에 대해 전세계에 '미안하다'며 자신의 실정을 인정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에게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며 큰소리 떵떵 치던 미국의 당당함은 잊혀진지 오래다. 

작금의 글로벌 신용위기 사태는 미국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된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금융위기 사태가 시사하는 것을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 주도의 자본주의와 경제 질서가 더이상 만사형통이 아님을 목격한 상황에서 전략적인 사고없이 기존 방식을 좇아가는 것은 고장난 자동차를  아무런 조치없이 운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금융위기로 얼룩진 2008년 말미, FTA 정국을 지나면서 외환위기 당시 IMF와 미 재무부의 일방적인 처방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의 말은 다시 한번 곱씹을 만 하다.

공정한 세계화 주창자로도 유명하며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부총재를 지낸 스티글리츠 교수는 IMF·세계은행 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방 국가의 자유무역은 상대 국민에게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그들은 국민의 생존에는 아예 관심도 없다"라고.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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