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동안 이어져온 경기침체의 여파는 패션업계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에만 국내 중견 패션업계인 패션네트, 아성인터텍스와 베이직인터플래닝, 프로키즈컴퍼니 등 4곳이 폐업을 선언했다.
패션네트는 여성복 브랜드 마리끌레르로 아성인터텍스는 티피코시와 제이코시 등의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던 상태였다. 자칫 이를 시작으로 패션업계 전반의 줄도산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브랜드들의 영업중단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톰보이의 여성 브랜드 잇셀프바이톰보이, 예신퍼슨스의 허스트, 슈페리어의 카운테스마라 등이 가을부터 운영을 접기 시작했다.
경기악화의 움직임이 지속됨에 따라 의류 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표면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해당업체들은 주요 판매 매장을 열어왔던 백화점에서 고별전과 기획전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70~80%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을 내놓았다. 정장 한 벌을 10만원 안팎의 가격에 팔고 30만원이 넘는 재킷을 단돈 5만원에 팔았다. 업계로서는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제일모직과 LG패션 등 패션업계의 대기업으로 꼽히는 곳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여전히 양호한 상태라고 전해진다.
하나대투증권이 공개한 제일모직의 4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보다 1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을 통해 알려진 LG패션의 4분기 영업이익 역시 전년동기 대비 0.3% 늘어난 406억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LIG투자증권은 최근 (주)신원에 대해 올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내수부진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고환율로 인해 수출실적이 양호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자칫 패션업계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점차 커지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패션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굳혀간 브랜드도 있었다. 글로벌 스파(SPA)브랜드가 그것으로 브랜드 자라(ZARA)와 유니클로(Uniqlo) 등이 꼽힌다. 롯데백화점 등에 입점해있어 젊은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해 각 매장에 반영시킨 것이 특징이다.
옷의 기획과 생산 판매 절차를 간소화해 중간 마진을 줄이고 옷값을 낮췄다는 점도 브랜드 성장에 크게 작용했다. 이들 외국계 브랜드의 급속한 성장으로 국내 의류 주요 소비층인 여성복과 캐주얼 시장은 상대적으로 그만큼 큰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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