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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다음달 하이브리드채 전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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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2-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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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자본확충 압박 속 수요 급증 자본확충펀드 매입대상 포함 유력

내년 초 국내 은행들의 하이브리드 채권이 시장에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은행권 자기자본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한도를 2배로 늘린데 이어 내년 1월 조성되는 은행 자본확충 펀드의 매입 대상에 하이브리드 채권이 포함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은행들은 벌써부터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시점과 금리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 하이브리드채 발행 수요 급증 = 정부가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기본자기자본(Tier1) 비율 하한선을 각각 12%와 9%로 제시하는 등 자본확충 노력을 강조하면서 하이브리드 채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채권은 만기 30년 이상의 장기 채권으로 유상증자보다 발행 과정이 간편하고 기본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건전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

올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정부가 BIS 비율 상향 조정까지 요구하자 은행들은 앞다퉈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했다. 대부분의 은행이 이미 발행 한도를 소진했거나 소액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정부는 지난 23일 하이브리드 채권의 발행 한도를 기본자기자본의 15%에서 30%로 2배 늘리기로 했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은 "은행들의 자본확충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채권의 기본자기자본 인정 범위를 확대했다"며 "이번 조치로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여력이 15조원 가량 증가하고 최대 발행시 BIS 비율을 2% 정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반응은 생각보다 무덤덤하다.

건전성을 개선하고 정부가 요구하는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절실하지만 국내외 채권시장이 얼어붙어 있어 판매가 어려운데다 만기가 길고 금리가 높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길어 국내에서 소화하기는 어렵고 해외에서 팔아야 하는데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외국인 투자자들도 선뜻 돈을 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연말 숨고르기, 내년 초 발행 적기 =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내년 1월 조성키로 한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매입 대상에 하이브리드 채권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권의 기본자기자본을 높이는 것이 자본확충펀드 설립 목적"이라며 "하이브리드 채권은 기본자기자본에 포함되기 때문에 당연히 우선 매입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구체적인 매입 규모와 시기 등은 아직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브리드 채권을 해외로 내다 팔지 않아도 정부가 대신 매입해줄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년 초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지만 금리와 시기는 미정"이라며 "정부가 처음에는 BIS 비율과 기본자기자본을 각각 11%와 8%로 맞추라고 하다가 최근 12%, 9%로 올리는 바람에 자본확충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어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며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는 것도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오는 30일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하이브리드 채권은 대출 여력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본확충펀드에 대해 모니터링 중이며 특히 기본자기자본 비율이 7%대인 은행들은 자본확충펀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은행들이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을 늘리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한도를 늘렸지만 금리 상향 조건이 있는 하위 하이브리드 채권의 한도는 현행대로 15%로 유지하고 금리 상향 조건이 없는 상위 하이브리드 채권 한도를 15% 추가로 인정한 것"이라며 "은행들이 하이브리드 채권을 경쟁적으로 발행할 경우 금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어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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