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았던 2008년이 저물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지만 일부 기업들은 부적절한 결정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했다. 올해 주요 기업들이 저지른 가장 '멍청했던 결정'은 무엇일까.
경제전문지 포춘은 파산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전용기를 타고 의회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러 간 '빅3' 최고경영자들의 행태를 2008년 가장 '멍청했던 순간'으로 꼽았다.
포춘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CEO들이 전용기를 타고 미 의회에 출두한 것은 푸드뱅크로 끼니를 해결하러 가면서 리무진을 타고 간 것과 마찬가지라고 촌평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지난 9월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3페이지의 무성의한 문서를 의회에 제출한 것도 멍청했던 순간에 꼽혔다.
미국의 구제금융 법안은 결국 통과되기는 했지만 하원에서 부결되는 등 난항을 겪었으며 이는 폴슨 장관의 무성의한 문서에도 원인이 있었다고 포춘은 전했다.
어처구니없는 탐욕으로 비난을 받았던 CEO도 빠지지 않았다. 미국 최대 모기지업체에서 신용위기 사태로 결국 헐값 매각된 컨트라와이드파이낸셜의 안젤로 모질로 전 CEO는 회사의 파산 위기에도 불구하고 4억7000만달러(약 6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연봉을 요구한데다 엉뚱한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과오를 나타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대박 상품으로 칭송받던 아이폰의 애플 역시 황당한 실수를 저질러 순위에 올랐다. 애플은 지난 7월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빨간 보석 모양의 어플리케이션을 무려 999.99달러라는 거액의 내놨다가 논란이 일자 곧바로 취소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미국 양대 국책모기지업체 패니메의 댄 머드 CEO는 헛된 망상으로 회사 경영에 차질을 빚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머드 CEO는 신용위기가 확산되던 5월에만 해도 모기지업계의 활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4개월만에 패니메는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크리스토퍼 콕스 의장 역시 증시 급락을 막기 위해 공매도 금지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이 역시 멍청한 결정으로 평가됐다.
콕스 의장은 799개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이는 오히려 금융시장의 자금 이동을 막아 결국 금융주들의 주가를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포춘은 전했다.
"경제는 건강하다"고 외치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2008년 가장 멍청한 순간'에 이름을 올렸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매케인 의원은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선언했던 9월에도 경제는 강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대선에 패배하는 쓴맛을 봐야 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부적절한 발언과 야후의 인수를 추진하면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제시한 마이크로소프트, 또 기업 매각의 적절한 시기를 놓친 야후 역시 멍청한 결정 리스트에 포함됐다.
이밖에도 500억달러 규모의 폰지사기를 저지른 버나드 메이도프를 막지 못한 SEC와 확인하지도 않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 CEO의 사망 기사를 내보낸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멍청한 결정의 당사자로 꼽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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