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등 경기지표 모두 마이너스..재고증가율만 급증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내수 침체에 수출 부진까지 겹치며 산업활동 관련 지표들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보인 가운데 재고 증가율만 치솟는 등 실물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국내 광공업 생산은 대외여건 악화로 인한 수출 둔화 상황에서 내수 침체까지 겹치면서 전년동월대비 14.1%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10월 -2.3%로 13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
또 소비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소비재 판매액 증감률은 98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고증가율은 지난 8월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공장들이 생산을 줄여도 소비 급감 탓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고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비투자는 줄어들 수 밖에 없고, 향후 경기를 점칠 수 있는 지표인 기계와 건설 수주는 10월에 이어 각각 30% 넘게 줄면서 실물경제가 급속도로 하강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나타냈다.
◇ 생산은 급감, 재고는 급증
11월 광공업 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월대비 14.1% 줄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지수는 7년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9월에 이어 3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공장들이 본격적인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조업일수를 감안한 증감률은 6월 7.0%, 7월 6.1%, 8월 4.3%, 9월 -0.9%, 10월 -2.0%, 11월 -9.7% 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작 이후 매달 대폭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면서 2000년 1월 통계작성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업종별로 기타운송장비(27.5%)와 석탄광업(10.4%), 가스업(4.4%)를 빼면 자동차(-16.2%), 반도체·부품(-25.6%), 금속광업(-26.4%), 컴퓨터(-29.3%), 식료품(-10.0%), 섬유제품(-13.4%) 등 경기를 타는 품목들의 생산이 줄었다.
생산자 제품 출하도 부진해 전년 동월 대비 13.4% 줄면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내수용 출하는 1차 금속, 화학제품, 석유정제 등에서 부진하면서 14.3% 줄었고 수출용도 12.3% 감소했다.
특히 수출용 출하는 작년 10월 이후 9월까지 지난 8월 한 달만 빼고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지만 10월 0.7%로 떨어진 뒤 11월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수출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생산자제품 재고는 석유정제(-13.0%)와 영상음향통신(-9.1%)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부품(42.8%), 화학제품(26.7%), 1차금속(13.6%) 등에서 증가하면서 15.9%나 늘었다.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서 추가 감산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제조업의 재고/출하 비율(재고율)도 129.6%로 전월에 비해 10.8%포인트나 상승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68%까지 떨어지면서 7월 79.7%, 8월 78.5%, 9월 77.3%, 10월 77.0%에 이어 계속 하락했다. 경기 둔화·하강의 수렁에 깊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서비스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1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대비 2.3% 감소했고 전년동월비로는 1.6% 줄어들면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 지갑 닫는 소비자, 설비투자 7년여만에 최저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으면서 11월 소비자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5.9%, 전월보다 2.2% 각각 감소하면서 9월에 이어 3개월 연속 줄었다.
유형별로는 내구재의 경우 가전제품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16.3% 감소했고 준내구재(-3.8%)와 비내구재(-1.6%)도 모두 줄었다. 의복은 물론 차량용연료 판매액도 줄었다. 가공식품 판매는 줄고 비가공식품의 경우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급하지 않은 물건 사기를 꺼리고 식료품 구매에 한 푼이라도 아껴 쓰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설비투자는 18% 줄면서 전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고 증감률로 따지면 2001년 8월(-22.6%) 이후 가장 낮았다. 반도체 단가 하락에 시장 침체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에 직면한 반도체공정장비 쪽의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경기 선행 지표에 해당하는 국내 기계 수주는 공공(-4.7%) 부문과 민간(-46.7%) 모두 기계류 발주가 줄면서 43.9% 급감했다. 이는 2003년 3월(-46.6%) 이후 최저 수준이다.
건설 수주도 35.4% 급감했다. 건설수주 가운데 주택이 47.7%나 줄었고 발주자별로는 민간(-41.4%)이 공공(-16.6%) 부문보다 감소폭이 컸다. 신규 주택 및 재개발 수주 실적이 부진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월보다 2포인트나 떨어져 10개월째 하락했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역시 전월대비 1.3%포인트 내려 6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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