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기업들에 10% 인원감축을 제시한 가운데 금융공기업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계획이 단지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31일 금융공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4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한 금융공기업의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 선진화 방안에 금융 공기업을 포함한 공기업 인원 10% 감축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의지를 홍보하기 위한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정성호 금융노조기업은행지부사무국장은 "정부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으로 금융위기가 왔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공기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공기관마다 경영여건이 다른데 무조건 10% 감원이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 정부의 방침과도 어긋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이유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융공기업들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금융공기업들은 정부의 역할론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현장 인력을 확충해야 하지만 정부는 금융공기업에 구조조정을 강요하며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재 영업 일선에서는 인력이 많이 부족해 직원들이 근무하는데 애로사항이 있다"면서 "앞으로 영업인력을 계속 확충해야 하지만 정부가 구조조정을 지시해 여러가지로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및 서민 생계형 지원에 나서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237명, 740명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 수출입은행과 수출보험공사도 최근 수출 감소로 업무량이 부쩍 증가했지만 두 기관 역시 각각 74, 75명의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
한 국책 연구기관의 노사관계 전문가는 "정부가 나서야 할 일과 나서지 말아야 할 일 구분없이 이런 식으로 일일이 나설 필요가 있느냐"며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공기업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 공기업 구조조정이 정부나 지자체 산하 신용기관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경기도 산하 기관인 경기신용보증재단의 한 직원은 "공기업 선진화와 구조조정에 반드시 등호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기관의 경우 올해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금융공기업의 인력 감축 바람이 우리한테까지 번지지 않을까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2월까지 지난 4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 제외된 나머지 200개 기관들의 효율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편 지난 11월 12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공공기간관장 연찬회에서 공기업들의 윤리 경영 강화를 주문하며 "노조의 부당한 요구에 대한 타협에 대해 절대 불가하다"며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계획대로 이행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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