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원년…금융 업종별 과제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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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1-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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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금융시장을 덮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기관들의 혹독한 시련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각 금융 권역은 내실 경영으로 건전성을 관리하는 한편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 육성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특히 2009년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원년으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해이다. 무한 경쟁 체제로 접어든 국내 금융산업의 과제와 희망을 타진해본다.

◆ 자통법 시행…금융 빅뱅 시작 = 자통법 시행에 따라 가장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은행업이다. 새롭게 출현할 금융투자회사와 기존 보험사에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돼 은행의 수신 기능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해주며 기업과 가계의 자금 수요를 충족시키는 기존 영업 방식도 무한 경쟁 속에서 무한한 아이디어가 창궐할 자통법 시대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자통법이 은행에 위기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리먼 브라더스 등 미국계 대형 투자은행(IB)이 몰락하면서 자금 중개의 주체가 은행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략적으로 은행을 계열사로 둔 금융그룹이 IB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계 IB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동안 도이치뱅크 등 은행 겸업 IB들은 이번 위기를 비교적 잘 관리하고 있다.

관건은 자통법 시행으로 금융 규제가 완화된 만큼 얼마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상품 개발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가이다.

증권업계는 자통법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볼 업종이다. 자통법은 증권거래법과 선물거래법, 자산운용업법, 신탁업법, 종금업법,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법, 증권선물거래소법 등 증권 관련 법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기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종금사 등은 금융투자회사로 합쳐지게 된다. 금융투자회사가 취급할 수 있는 금융상품 범위는 무한하다. 포괄주의 원칙에 따라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는 어떤 상품이든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증권사의 상품 개발 경험과 노하우가 크게 취약하다는 점이다.

상품 개발 능력 뿐 아니라 덩치와 수익성도 해외 유수의 IB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자통법 시행을 계기로 대형화와 전문화를 유도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투자회사의 경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통법이 제공하는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수합병(M&A)이나 기업구조조정, 사모펀드, 주식 관련 기업공개(IPO) 등 특화 분야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업도 자통법의 파고를 비켜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된 것은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지만 자통법 이후 적용될 적합성의 원칙은 보험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적합적의 원칙은 투자자의 소득·재산·투자목적 등에 근거래 적합한 상품을 권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로 보험상품 중에는 변액보험이 이에 속한다.

적합성의 원칙이 적용되면 판매자인 보험사가 입증 책임을 지게 돼 보험사 실적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자통법 시행과 맞물려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보험지주회사가 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금융상품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포괄주의도 보험사에 유리하다. 은행이나 증권사보다 발달돼 있는 설계사 채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경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금융권 지주사 전환 러시 =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은행과 보험 등 금융권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 권역 간 칸막이가 제거되는 만큼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시너지 극대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자통법의 도입 취지 중 하나인 대형 IB 육성과도 맥을 같이 한다.

대형 은행들은 이미 지주회사 전환을 마친 상태다. 지난해 9월 국민은행이 KB금융지주로 전환하면서 국내 4대 은행은 모두 지주회사 내 계열사가 됐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은 주 고객층인 중소기업에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에 따라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 중이다.

산업은행도 연내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하고 상장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혁에 착수한 농협중앙회 역시 은행 부문 내 카드사와 보험사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등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보험업계도 지주회사 열풍이 불고 있다.

자통법과 함께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보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을 중심으로 한 보험지주회사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내 금융 계열사는 대한생명 외에 대한생명이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 한화증권, 한화기술금융 등이 있다.

메리츠금융도 손해보험사와 자산운용사, 증권사, 종금사 등을 묶는 지주회사 출범을 논의 중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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