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회복하기는커녕 악화일로를 지속하고 있다. 북미시장 판매가 반세기만의 최대폭으로 감소하면서 악화되는 소비심리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시장 판매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미국 자동차 '빅3'는 물론 아시아 주요업체 모두 미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3 중 파산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은 지난 12월 미국시장 판매가 22만30대에 그쳐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고 밝혔다.
12월 판매 악화로 지난해 연간 판매 역시 전년 대비 22.9% 줄어든 298만대에 그쳐 1959년 이후 49년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GM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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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M과 포드의 지난 12월 미국시장 판매가 급감하는 등 자동차업계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GM의 픽업모델 실버라도. |
미국 2위 업체인 포드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포드는 12월에 13만9067대의 자동차를 팔아 전년동기 대비 32.4% 감소했다면서 2008년 판매 역시 199만대로 전년 대비 20.7%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47년래 최악의 성적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로 도약한 도요타자동차 등 아시아 업체들 역시 신용위기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로 타격을 면치 못했다.
도요타는 지난 12월 미국에서 14만1949대의 자동차를 팔아 전년동기 대비 37% 감소했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2008년 한해 동안 미국에서 222만대를 팔아 전년 대비 판매가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도요타의 미국시장 판매 감소는 1995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일본 2대 자동차업체 혼다 역시 12월 미국시장 판매가 전년 대비 35% 감소했으며 지난해 판매 역시 8.2% 줄었다고 밝혔다.
닛산의 12월 판매는 전년 동기에 비해 30.7% 감소했고 연기준 10.9% 줄었다고 설명했다.
유럽기업 중에는 다임러이 12월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고 BMW 역시 35.9%의 판매 감소를 경험했다.
일본업체 역시 미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빅3의 판매가 불황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해 미국업체들의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 등 빅3에 대한 구제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약회된데다 회사 전망에 대한 불안심리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이 미국 자동차를 구매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도패시픽의 스테파니 브린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에는 사상 최악의 해"였다면서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GM과 크라이슬러가 지난달 174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신용문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업체와 마찬가지로 미국시장에서의 부진을 면치 못한 현대자동차 미주법인은 리스나 융자를 통해 신차를 구매한 소비자가 1년 이내 실직 등의 사유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회사가 자동차를 재구매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현대차 미주법인의 존 크라프칙 최고경영자(CEO) 대행은 "소비자들은 대규모의 자금을 쓰기 힘들 것"이라면서 "10년 전 업계를 선도하는 보증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던 것처럼 소비자의 고용상태와 경제적 상황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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