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의 그 와인에 대한 표현법은 참 다양 합니다.
물론 ‘신의 물방울’이란 와인 관련 만화책에서 처럼 하나의 와인에 대한 표현을 자신이 아는 온갖 미사여구를 총동원하여 마치 시처럼 표현하는 분들도 있고, 정말 단순하게 “맛이 있다 없다” 로 표현하는 분들도 있고,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 녀석은 말 이죠… 가격대비 참 착한 친구입니다“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필자도 즐겨하는 표현)
가끔 손님들에게 와인을 추천할 때 한참 설명을 하고 있자면 종종 듣고 있던 손님들이 웃으면서 “마치 사람처럼 이야기하고 있네요”라고 하기도 합니다.
한번은 손님이 “오래 묵은 와인은 디켄팅이라는 것을 하는데 그냥 마시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요?“ 하고 물어왔다.
그래서 “조그만 병속에서 잔득 웅크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녀석이 얼마나 답답하고 숨도 못 쉬고 불편했겠어요,
그래서 브리딩을 거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매력을 보여줄 때 까지 좀 더 넓은 환경 속에서 기다려주는 과정입니다”라고 설명하면 웃으면서도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 손님들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온갖 전문적인 단어와 미사여구로 와인을 표현하는 것도 멋지겠지만 표현하는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부분과 자신의 기억을 위한다면 알아듣지도 못하는 단어들로 포장하기 보다는 그냥 솔직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와인 시음회를 진행하거나, 와인파티를 주관하다보면 종종 황당한 질문들을 받게 되는데 그중 하나는 “어떤 와인이 제일 쎈가요?”, “가장 드라이한 와인을 주세요”, “뭐가 제일 비싼가요?” “나는 비싼 와인이 입에 맞아서…”(정말 웃어주고 싶네요)
먼저 사람들은 ‘드라이하다’ 라는 표현에 참 많은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드라이하다’ 하면 왠지 좀 무게도 있어 보이는 것 같고, 타닌도 좀 있어서 떫은맛도 있고, 또 하나 왠지 좀 아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아쉽게도 와인에 있어서는 ’드라이하다‘란 표현은 단순하게 ’달콤하다‘의 반대일 뿐 입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당도가 하나도 없는 음식을 놓고 “어떻게 가장 달지 않나요?” 라는 질문을 하는 것과 같다.
이런 경우 차라리 ‘드라이 하다’라는 표현보다는 ‘바디감이 좋다’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서두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스스로 전문가라 생각 하지 않으신다면 가급적 있는 그대로 표현하세요. 괜히 아는 척했다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도 그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그냥 이렇게 말씀하세요. “나는 너무 떫은 것은 싫지만 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렇다고 가벼운 와인은 싫은데 뭐가 좋을까요?” 와인파티나 시음회에 가서 수 십 종의 와인을 다 먹어 볼 수는 없겠지만 이런 표현 하나로 그 폭이 좀 더 좁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와인의 표현은 하면 할수록 풍부해집니다. 몇 주에 걸쳐하는 와인 강의의 경우 처음에는 표현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어색하고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것들이 비슷비슷 하지만 그렇게 몇 주간 계속 표현을 하다보면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표현력이 풍부해지고 같은 와인이라도 여러 사람의 느끼는 것들이 참 다양하게 변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마신 와인의 특성들을 적는 것을 테이스팅 노트라 합니다. 자신이 마신 와인을 기억하고 노트 한다면 같을 와인을 마시면서도 늘 새로운 와인처럼 대하는 경우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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