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를 주도하던 미국경제가 이번 심하게 당한 금융 쓰나미로 인해 그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은 줄곧 쌍둥이 적자로 인해 세계 여러 나라에 빚을 져왔지 않았는가.
경상수지 내역만 보더라도 미국은 80년대 이래 세계 총GDP의 6%를 넘는 대외적자를 보여왔고 국내적으로 총투자와 총저축의 괴리도 매년 GNI(국내총소득)의 5%를 넘기는 상황이었다. 즉 쓸 줄만 알고 저축할 줄은 모르는 경제였음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미국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유럽도 취약한 경상수지 상황에 금융부실이 심각하여 향후 적어도 5년 동안은 정상수준으로의 복귀가 어렵다는 전망이다. 중남미는 한술 더 뜬다.
지난 80년대 초부터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가 미국 다음으로 심각한 상황이며 금융부문도 신용추락으로 주요 은행들이 명재경각(命在頃刻)일 지경이다.
그러고 보면 지구상에서 그런대로 이번 금융 쓰나미를 버티고 견뎌나갈 지역은 아시아밖에 없다. 중국∙일본∙인도∙한국∙동남아 여러 나라들의 형편은 물론 어렵지만 미국∙유럽∙중남미만큼 은행이 넘어지고 자동차회사가 파산할 정도는 아니다.
우연하게도 지난 30년간 미국이 짊어지고 있는 대외채무의 총액을 보면 이들 아시아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대외채권액수와 비슷하다.
미국 경제가 뒤뚱거리고 있는 동안 그러면 아시아 경제가 세계경제의 전반적 회복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해야만 한다’이다. 세계 어느 지역을 돌아보아도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아시아지역 국가들은 미국식 부실금융을 빼닮지는 않았다. 그리고 주택시장도 저조하긴 하나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와 같이 파국의 상황은 아니다. 주요 예측기관이 내놓는 바와 같이 일본∙중국∙인도∙동남아 지역은 금년도에 각각 0.4, 9.5, 6.0, 4.2% 성장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다만 이러한 플러스 성장을 이룩하기 위하여 몇 가지 국가별 전제조건이 붙어 있다. 우선 일본의 경우 금년에 신 성장산업이나 고부가가치 제조업에 특화 하면서 아시아 역내분업을 활성화해 엔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강구하고 금융 및 서비스산업의 세계적인 경쟁우위 강화에 진력하는 한 해가 될 것이 요구된다.
중국의 경우 그 동안 수출위주 성장정책에서 벗어나 국내투자 확대와 소비촉진을 불러올 과감한 재정정책을 펼 경우 금년 한 해의 성장목표는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농촌인프라 확충, 철도∙도로∙항만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에의 투자, 금리인하 및 부동산∙주식시장 부양책을 적절히 쓸 것이 요구된다.
인도 경제 또한 수출증가율 둔화에 대비해 국내내수증진, 대규모 인프라 사업의 지속적 추진, 루피화 가치 안정적 유지, 임금인상 자제 등의 정책적 노력이 있을 때 6.5% 정도의 성장이 가능치 않을까 예상된다.
동남아 각국의 사정은 물론 다양하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미국발 금융 쓰나미에 비교적 덜 노출되어 있으므로 재정균형과 물가안정 그리고 수출의 지속적 성장만 이룩할 수 있다면 평년의 성장률은 유지할 것으로 본다.
여기서 한국의 역할이 꽤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이번 위기로 인하여 상당한 경제위축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은 그 와중에서도 재정적 여력이 있고 외환보유고 수준이 견실한가 하면 현정부가 ‘점프 스타트’방식으로 저조한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국내 경제의 안정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더불어 G20정상회의의 의장단의 일원으로서 세계경제 전반의 회복을 위해 상당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 지역이 전반적으로 과연 세계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 나갈 것인가? 향후 2~3년간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도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지역이 될 것인가?
이것은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세계의 모범이 될만한 지역으로 떠오를 수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이를 위한 지역내의 공조체제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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