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만족과 긴밀한 유대, 모성애와 연루되어 있는 '사랑 호르몬'이라고 불리우는 옥시토신이 친숙한 얼굴을 감별해내는 인지 능력을 높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스위스 취히리 대학의 피터 클라버 연구팀은 간호와 분만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남성들이 옥시토신을 투여받으면 친숙한 얼굴을 더욱 정확하게 기억해낸다고 최근 밝혔다.
하지만 연구팀은 옥시토신이 생명이 없는 사물까지 기억해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과학 전문지 뇌과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을 통해 옥시토신과 같은 호르몬이 사회적 기억과 관련된 뇌의 신경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져 자폐증과 같은 질병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틀란타 에모리 대학의 옥시토신 전문가 래리 양 박사는 "이번 실험은 이전 쥐와 사람의 실험에서 증명된 바와 마찬가지로 옥시토신이 사회적 정보처리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이번 연구로 자폐증 치료 등 인지 능력이 저하된 질병치료에 옥시토신이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출산에 관여하는 옥시토신은 모유 분비를 촉진시키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왔다. 동물 실험에서는 옥시토신이 엄마와 자녀, 남녀 사이의 유대감 형성에 기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옥시토신은 남성의 성적 흥분과 성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남성 44명 중 절반에는 코를 통해 옥시토신을 투여하고 나머지 절반에는 위약을 투여한 다음, 사람 얼굴 사진과 함께 조형물, 집 등의 무생물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고 한 번 본 얼굴과 사물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옥시토신을 투여한 남성들은 위약을 투여한 남성들보다 한번 본 얼굴을 훨씬 더 정확하게 감별해냈다. 반면 사람 얼굴 대신 다른 무생물이 담긴 사진으로 실험했을 때는 별차이가 없었다.
또 옥시토신이 사람들의 실수로 친숙하지 않은 얼굴을 낯익었다고 착각하는 것을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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