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서초구가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조성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서초구는 서울시의 불도저식 사업 진행에 잔뜩 화가 나있는 상태다.
서울시가 화장로 11기 규모의 추모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기 직전까지도 관할 구청인 서초구와의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9일 서초구에 따르면, 구가 요구한 몇가지 조건을 서울시가 들어주지 않을 경우, 추모공원 조성을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구는 현재 ▲화장로 5기 건립 ▲화장장 권역별 분산배치 ▲화장장과 종합의료시설 동시 착공 등 3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조치훈 서초구 사회복지과 담당자는 이에 대해 "서초구의 요구조건을 시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화장로와 관련한 마찰은 10년이건 20년이건 계속될 것"이라며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화장시설과 함께 종합의료시설이 동시 건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는 시의 화장로 11기 조성 계획에 대해, 5기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수원과 성남에 각각 9기씩 18기의 화장로가 있으며 하루 10만명 당 1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에 수요를 넘어서는 화장로 조성은 불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사업 진행 속도가 빨라 인근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시는 지난 5일 추모공원 부지의 일부를 종합의료시설로 용도변경하기 위한 사전 절차로 사전환경성검토서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마쳤고 지난달부터 시작한 토지보상 작업은 다음달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송광덕 서울시 노인복지과 팀장은 "서초구가 아무리 반대입장을 밝혀도 우리 입장에서는 더 이상 건립을 미룰 수 없으며 예정대로 착공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팀장은 이어 "2012년 완공까지 아직 3년이란 시간이 있으니 그 기간내에 서초구와 구민들과의 ‘3자 대책 방안’을 가질 계획"이지만 "구체적으로 마련된 대안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화장로 건립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현모(55,여)씨는 "시는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끌어오다 재개되는 사업임에도 그동안 해당구청 주민들에게 사전 보고도 없었다“며 ”2000억원이 넘게 투입되는 공사를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해도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한편 시는 오는 20일께 추모공원 사업 입찰공고를 낸 뒤 실시설계 적격자를 선정해 2012년까지 추모공원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부지 매입비 1487억원, 공사비 650억원, 진입도로 건설비 216억원을 포함해 총 2353억여원이 투입된다.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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