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번 주 내로 자체적인 ‘비상경제상황실’(워룸)을 가동할 예정이다.
새해 들어 당에서도 이미 워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청와대처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자체혁신과 분위기 쇄신의 필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 전문가 사이에서도 자체 워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해 추후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한나라당 워룸 발족 ‘초읽기’
한나라당이 발족시킬 워룸은 기본적으로 24시간 경제지표를 점검해 대책을 마련한다는 청와대의 워룸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사무적인 업무에 치중된 청와대와는 달리 경제현장 방문을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이 워룸은 임태희 정책위의장을 수장으로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을 포함한 정책조정실 실무자와 당 내부 전문가들이 총동원 될 예정이다.
정책국의 한 관계자는 13일 “장소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현재 정책위의장실이나 수석정조위원장실이 유력하다”며 “현재 당 지도부에 보고를 올리는 것만 남아 있기에 이번 주 내로 워룸을 발족한다는 정책실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위 간사 김기현 의원은 “정책위에서 워룸 설치를 추진하고 있고 완성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발족 후 일자리 창출, 민생복지 증강,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분야별로 현장을 방문해 필요한 관련법안과 예산편성 여부를 판단하는 업무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필요하면 정부와의 정보공유나 업무공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부의 워룸과는 차별성을 두고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워룸요원으로 활동 예정인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도 “경제위기 극복과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정부나 당이 앞장서 워룸을 설치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며 “정부 워룸도 마찬가지겠지만 필요한 정책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자체워룸? 글쎄...”
한나라당의 자체 워룸 설치에 대해 제1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특히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워룸도 여야를 막론한 광범위한 인사와 외부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이번 한나라당 자체워룸도 규모나 구성을 볼 때 포퓰리즘 섞인 이벤트성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의원들이 흔히 하는 민생시찰이나 민생대책특위와 다른 점도 없는 ‘간판 바꾸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상지대 정대화 교수는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워룸이 설치되면 그 나름대로 장점이 있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다는 점에서는 외부인사나 내부인사나 별 차이가 없다”며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민주당의 경우 워룸 존재에 대한 의미까지 회의를 두는 분위기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정부도 워룸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뜻은 높이 살만 하지만 경제주체의 소통부족과 외부와 차단된 밀실운영이라는 점에서 경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한나라당 자체워룸에도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민주당 내 경제통인 이용섭 의원도 “지금 중요한 것은 워룸이 아닌 사회적 통합이라는 것을 정부나 여당이 깨달았으면 좋겠다”며 “워룸에서 제시하는 방향이 그르치게 될 경우 차라리 설치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혹평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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