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질이나 자진사퇴 유도로 가닥
이동관 대변인 "사실아니다" 공식부인
이명박 대통령은 한상률 국세청장을 조기에 교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그림로비, 인사청탁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한 청장이 조기에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의혹이 해소된다고 해도 한 청장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동기 민정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청장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을 일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한 청장에 대한 국세청 내·외부 투서가 청와대에 상당 수 접수되고 있다”며 “이에 대해 검찰 수사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청장이 조기 교체로 결정될 경우 국세청 내부의 반목과 전직 국세청장들의 잇단 구속 등을 감안, 후임으로는 허용석 관세청장을 비롯한 외부 인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한 청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의견과 자진사퇴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 청장을 조기에 교체할 경우 ‘이 대통령의 부담을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잘랐다’는 식의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조만간 4대 권력기관장을 교체할 때 자연스럽게 한 청장을 경질하는 수순을 밟는 게 낫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 한 청장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끝까지 지켜본 뒤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청장이 지난해말 경북 경주에서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측근들과 골프를 치고, 이 대통령 동서와 식사를 함께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인사청탁의혹이 불거지는 와중에 조기 교체를 단행한다면 인사청탁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이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중요한 것은 선 진상규명이며 그 후 대책이 있는 것”이라며 “조기사퇴 검토, 검찰수사 의뢰 등은 너무 앞서간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한 청장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서 현재 다양한 방법과 경로를 통해 진상을 확인 중이며 그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조사 내용을 종합해서 진실 여부를 가리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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