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지급결제 시행 난항…은행권은 '쾌재'

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 시행이 표류하고 있다. 지급결제망 참가비를 놓고 금융결제원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금 이탈을 우려해왔던 은행권은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지급결제망 참가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이유로 가입을 미루면서 관련 서비스 시행이 장기간 난항을 겪게 됐다.

다음달 자본시장통합법에 시행되면 증권사들도 은행처럼 계좌를 개설하고 입출금과 계좌이체를 할 수 있다.

지급결제망을 관리하는 금융결제원은 참가를 원하는 증권사에 대해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A그룹은 연간 273억~331억원, 자기자본 5000억~1조원 미만의 B그룹은 191~226억원, 5000억원 미만의 C그룹은 173~209억원의 참가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대형사의 경우 300억원 내외, 중형사는 100억원 내외의 참가비를 예상하며 지급결제 서비스 참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증권업협회는 지급결제 업무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 당초 제시했던 참가비 50% 인하 요구를 철회한 상태다. 대신 대형사는 10%, 중형사는 30% 가량을 할인해 5년에 걸쳐 분납하거나 할인 없이 10년 동안 분납하는 내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급결제망 참가비는 금융결제원이 은행법에 명시된 특별참가금 산출 기준에 근거해 산출한 금액"이라며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할인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총 7만8000여 대에 달하는 자동화기기 운영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만 연간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연간 참가비 200억원은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지급결제망 참가비를 둘러싼 은행권과 증권업계의 공방은 자통법 시행이 결정된 이후부터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증협 관계자는 "이용 대상과 이체 가능 범위가 일부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신규 은행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참가비를 요구하고 있다"며 증권업계의 주장을 일축했다.

양측이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 시행이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참가비 규모를 결정짓지 못하면 향후 추진해야 할 시스템 개발과 테스트 과정에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참가비를 내고 지급결제 업무를 시작하려는 일부 증권사까지 증협이 나서 막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증권사들이 가입한다는 전제로 이미 450여 억원을 투입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해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협 관계자는 "조건이 맞지 않는 이상 일부 증권사가 가입해 은행권의 기존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을 막을 수 밖에 없다"며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로서 전체 입장을 반영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협을 중심으로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과를 기다릴 수 밖에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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