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무 푸르덴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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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주식시장의 짧은 랠리는 파격적인 금리인하와 꾸준한 유동성 공급으로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밸류에이션 상승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시장 평균 PER 10를 훌쩍 넘어서며 더 이상 저평가된 시장의 매력을 지속할 수 없는 수준까지 주가가 상승했고, 곧이어 어닝시즌이 도래하는 부담으로 인해 추가 상승에 제동이 걸렸던 것으로 판단된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주가 상승의 상한으로 작용했다면, 그 이후 하락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어닝시즌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4분기 실적은 물론, 2009년 1분기, 혹은 연간 실적에 대한 기업의 가이던스가 실적전망의 하향조정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008년 3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전망의 하향조정이 시작된 바 있다. 하지만, 2009년 실적에 대한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어닝시즌,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씨티그룹, BOA 등 대형 상업은행이 다시 막대한 손실에 시달리며 글로벌 신용위험이 재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물론, 새로운 사안이 아니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어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의 극단적인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하지만, 3500억달러의 구제금융 자금이 모두 소진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추가 부실이 발생하고 있는 점은 이번 금융위기가 그만큼 심각하고 끝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다. 미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사태가 더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주택시장의 하락행진이 이어지는 등, 자산가격의 조정이 지속되는 동안 금융기관의 부실위험은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신용위기는 2009년 상당한 부담이 되는 변수로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적으로도 건설, 조선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구조조정과정의 불투명성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신용위험이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환율 역시 1200원대 햐향돌파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1400원에 육박하는 불안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외환 수급에 있어 2008년 4분기와 같은 심각한 불균형이 재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은 자본금 확충과 BIS비율 개선을 떠나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금융위기과정에서 판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구조조정과정에서 혼란과 잡음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우려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대내외적인, 그리고 실물과 금융부문 모두에 대해 정책당국을 중심으로 한 대응은 기민하고 공격적이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은 우리가 아직 위기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음을 확인시키고 있다. 하락하는 이익전망을 감안할 때, 주가 변동의 범위는 하향 조정될 수 밖에 없으며, 상단 수준도 PER 10배를 크게 초과하기 힘들어 보인다면,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이 유지될 필요가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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