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사장, 삼성 제품 대신 대만 제품 사용 경력
지난 16일부터 진행된 삼성그룹의 사장단 및 임원진 인사를 통해 그룹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구조개편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반도체, LCD,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 등 4개 사업부문 총괄과 경영지원, 기술 등 2개 지원총괄을 합해 총 6개 총괄로 운영돼 온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반도체, LCD 등 부품 부문과 휴대폰, 디지털미디어 등 제품 부문으로 이원화됐다.
기존 6개 총괄 체제로는 기술 컨버전스 시대에 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내외부의 지적을 받아 줄이게 된 것.
조직 슬림화와 현장 중심의 경영에도 기존 체제보다는 이원화 체제가 현실적이다. 삼성전자는 근래 임원 비중이 높아지는 등 조직이 비대해졌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이번 개편을 통해 삼성전자는 현장 중심의 인력 충원을 늘이고 불필요한 부문의 인력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직개편이 단순한 개편의 차원을 넘어서 각각의 부문이 독립적인 성격을 갖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양 부분은 삼성전자라는 같은 이름을 사용할 뿐 각각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건희 회장 퇴임 및 전략기획실 폐지 이후 삼성전자를 중앙에서 콘트롤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양 부문의 독립적인 행보는 오히려 회사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 LCD 등 부품 부문의 부진이 장기화 될 전망이지만 제품 부문에서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기존처럼 충실히 수행하지 않을 수 있다.
부품공급업체와 제조사는 원칙적으로 납품단가와 품질 등에 따라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된다.
삼성전자라는 같은 지붕 아래 있지만 실질적으로 독립 경영을 펼칠 경우 기존의 부품 우선 공급 및 우선 수급 등 시장상황에 따라 양측이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실제로 제품 부문을 총괄하는 최지성 사장은 이미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시절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삼성전자 LCD총괄사업부 제품 대신 대만 제품을 사용한 바 있다.
이같은 일이 다시 재현될 경우 최근 지속적인 부진을 보이고 있는 제품 부문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또한 이건희 회장 및 구조본 산하에서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돌아가던 그룹의 경영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양 부문을 맡은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은 온화한 성격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을 운영하는 스타일인 만큼 협력에 대한 걱정은 기우”라며 “두 사람은 오랜 기간을 삼성전자에서 함께 호흡한 만큼 효율적인 협력과 시너지 창출을 일굴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아무리 부문별로 독립적인 경영을 한다고 해도 삼성이라는 이름을 공유하고 있는 이상 완전히 분리된 경영은 불가능하다”며 “이재용 전무가 복귀할 때까지 선임인 이윤우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회사 경영이 진행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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