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로 끝난 ‘무료 중고폰’ 사업

정부가 저소득층에 대한 통신비 지원을 위해 중고폰을 수리해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무료로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무료 중고폰’ 사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10월26일부터 약 3개월 동안 진행됐지만 SK텔레콤 30대, KTF 40대, LG텔레콤 29대 등 이통3사 모두 합해도 무료 중고폰을 신청한 가입자는 1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달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방통위를 비롯해 이통3사가 공통으로 진행을 했음에도 저소득층의 호응을 얻지 못한 채 마감된다. 중고 단말기 재활용을 통해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을 막고,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사업 초기의 설명과는 달리 사업 자체가 유야무야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시작부터 호응을 얻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한 이통사 대리점 직원은 “중고폰을 받으려면 읍·면·동 자치센터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가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번호이동과 약정가입을 통해 신규 단말기를 무료로 구입할 수 있는 시장 상황에서 굳이 자존심을 상해가며 중고폰을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사업 기간 동안 단 한차례도 무료 중고폰 신청을 받은 바 없으며,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것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혀 이통사들이 대리점에 대한 교육 및 홍보 활동에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소득층 통신요금 감면 사업에는 이통3사 합계 48만2000여 명의 가입자가 신청을 마쳐 이번 사업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통신요금 감면 역시 자치센터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대리점에서 신청 절차를 거쳐야한다. 무료 중고폰 신청과 절차가 같지만, 그 혜택이 뚜렷해 저소득층의 호응을 받은 것. 뮤료 중고폰 사업은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와 통신업계의 배려를 부풀려 강조했지만, 그들이 필요로 하는 혜택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이 부족해 대표적인 ‘생색내기’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특히 통신요금 감면 사업은 이동통신사들이 TV광고 등에 자막을 삽입하는 등 활발한 홍보활동을 했지만, 무료 중고폰 사업에 대한 특별한 홍보 활동이 이뤄지지 않아 대상 가입자들이 사업 진행 여부 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도 사업 부진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폰에 대한 수요는 단말기 고장 및 분실로 인한 대체폰을 찾는 고객들 사이에서 주로 일어난다”며 “재활용 중고폰 보급 대상을 기초생활수급자로 한정하지 말고, 일반 가입자들도 저렴한 가격에 중고폰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화할 경우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주목받아왔던 버려지는 중고폰에 대한 원천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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