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적기능 외면하는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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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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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영리를 추구하는 사적 기업이다. 때문에 국가나 사회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고 강요받을 이유도 없다"

"최근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을 왜 은행에 전가하느냐"

기자가 만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국가 경제의 혈맥을 담당하는 은행 종사자의 입에서 나온 발언치고는 소름돋을 정도로 차갑다.

미국발 금융 한파 확산으로 정부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2%대로 떨어졌지만 아직 은행들은 높은 대출금리를 유지한 채 제 살길 찾기 바쁘다.

여론은 이 같은 은행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런 은행의 태도와 시장의 '돈맥경화'를 해소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돈다발을 풀었지만 이미 굳어진 은행의 마음은 좀처럼 열릴 줄 모른다.

이처럼 은행이 자생에 목매는 이유는 이미 1990년대 후반 IMF구제금융 당시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경제위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고 '공적자금'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경제에 피(자금)를 유통하는 은행이 대출을 줄이고 금리를 높이면서 경제위기 해결에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사회적 요구에 반하는 것이다.

은행은 분명 사(私)기업이지만 공(公)적 역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사회의 요구에 부응할 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은행이 어려울 때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은행의 공적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은행이 사회적 의무를 저버리고 중소기업과 가계가 쓰러지는 것을 좌시한다면 단지 영리추구를 위해 운영되는 대부업체들과 다를 게 없다.

정부가 최근 공적자금을 조성해 은행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한 완충제를 마련한 만큼 은행은 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또 은행들이 기업과 가계의 생존이 스스로의 존속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느끼고 공생을 위한 인식과 대안이 필요한 시기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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