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KTF와 합병을 결의한 것에 대해 통신업계와 케이블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KT-KTF 합병시 통신시장의 본원적 경쟁이 실종될 것"이라며 KT의 유선시장 지배력이 무선 등으로 전이될 것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KT-KTF가 합병하게 되면 전체 통신시장 및 통신자원을 KT가 독식하게 돼 경쟁이 심각하게 제한되며, KT가 보유한 필수 설비를 통해 KT의 기존 유선시장 독점력이 더욱 고착화될 뿐 아니라 이동전화시장으로까지 지배력이 전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또 "통화품질, 요금 등의 본원적 경쟁은 사라지고 소모적인 마케팅 비용 경쟁으로 회귀할 것이며, 시장독점에 의한 경쟁감소로 인해 요금인하 유인이 저하돼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은 "KT-KTF의 합병은 KT의 유선 독점력을 더욱 강화시켜, 지난 10년간 버텨 온 후발 유선업체들의 존립기반마저 흔들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합병을 통한 KT의 유선 독점력 강화와 후발업체들의 고사에 이르는 악순환 구조는 IPTV, 인터넷 전화 등 신규시장 창출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KT 이사회에서 의결한 KT-KTF합병과 관련해 'KT-KTF합병 반대' 의견을 담은 건의문을 21일 방통위에 제출했다.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등 LG통신3사도 이날 KT-KTF 합병으로 인한 경쟁제한의 폐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경쟁이 제한되면 이는 결국 소비자 편익 저해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LG통신3사는 "KT진영은 유선시장 시장점유율 90%를 비롯해 4300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가입자 기반을 토대로 유무선 통신은 물론 방송시장까지 지배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단말기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 확대로 결국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을 축소시켜 소비자의 편익을 침해할 것이라는 것이 LG측의 입장이다.
LG 측은 합병이 불가피할 경우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 전이를 방지하기 위한 단말기 보조금 법적 금지 ▲와이브로 및 HSDPA망 재판매 의무화 ▲주파수 재배치 제한 ▲KT의 보편적 역무손실에 대한 통신사업자의 분담 폐지 ▲시내 가입자망 분리 ▲결합상품 판매 규제 등의 조건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케이블업계도 KT-KTF 합병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케이블TV방송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KT-KTF 합병 결의에 반대함은 물론 정부가 이를 허용하게 될 경우 소비자 피해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전주, 관로 등 통신시장 필수기반 설비와 유선시장 독점의 거대통신사 출현은 국내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공정경쟁 환경을 급격히 저해할 뿐 아니라 독과점의 폐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KT-KTF 합병은 통신시장에서의 독점 문제 뿐 아니라 IPTV 본격 출범에 따른 방송 인프라의 장악이라는 재앙으로까지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세준 케이블TV협회 회장은 “2000년 초 당시 3만원대의 초고속인터넷 가격이 케이블TV의 ISP 진출에 따라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30%이상 인하되는 효과를 가져왔던 것을 감안하면 중소업체들의 생존기반을 저해하는 KT-KTF 합병은 허용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오히려 제4의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의 진입규제 완화를 위한 제반 정책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합병 대상인 KTF 노조 역시 이번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태유 KTF 노조 사무차장은 "이번 합병에 대한 무조건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합병으로 인한 비전이나 시너지가 있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사측이 일방적으로 합병을 추진하는 것을 중단하고 노조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측에서 인위적인 인원감축은 없다고 공언한만큼 이를 예의주시하겠다"며 "합병이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근로조건 하락을 야기할 경우 KT 노조와 함께 공조해 이를 저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김영민·이하늘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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