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한화그룹 간 대우조선해양 매각협상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지 2개월만에 무산됐다.
한화는 그동안 산은 측에 매각 조건 변경을 요구한 반면 산은은 MOU상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대우조선 매각 추진이 불발에 그쳤다.
결국 양측은 지루한 공방으로 시간만 허비한 셈이 됐고 대우조선 매각 협상은 산은과 한화 간 3천억 원 규모의 이행보증금에 대한 법정 공방으로 번질 전망이다.
◆산은-한화 '잘못된 만남'
금융계 등 관련 업계는 산은과 한화 간 대우조선 매각 협상이 결렬된 것은 양측이 무리한 매각과 인수를 추진한데 따른 것으로 평가했다.
산은의 대우조선 매각 추진 계획은 우선협상자 대상 선정 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유력시됐던 GS-포스코 간 컨소시엄이 막판에 물러서는 바람에, 환화컨소시엄이 어부지리로 낙점을 받았다.
그러나 시장 안팎에서는 한화가 6조4천억 원의 인수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 인수에 뛰어든 것은 무모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산은이 한화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것도 잘못된 판단이라는 시각이 적지않았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굳이 지금 대우조선을 매각할 이유가 없는데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마땅한 인수자가 없으면 다시 입찰을 추진하면 되는 만큼 능력이 안되는 한화를 선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한화측이 제출한 자금 조달 계획서 등을 보면 실제 필요한 자금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인수 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2개월간 공허한 줄다리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대우조선 매각 협상의 후유증은 작년 11월14일 MOU 체결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던 한화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면서 잔금 분할 납부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산은은 작년 말 예정이던 본계약 체결 시한을 이달 30일로 한 차례 연기했고 한화 측에 자금조달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인수.합병(M&A)시장이 인수자 우위로 바뀐 상황에서 한화가 버티는 작전을 구사했고 다급해진 산은은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한화 자산을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돕겠다는 제안도 했다.
여기에 한화는 대우조선 지분 51% 중에서 30.2%만 우선 인수하고 나중에 잔여 지분을 매입하는 지분 분할 인수 방안을 수용해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산은은 한화가 '원칙을 훼손하는 현실성 없는 대안을 제안했다'며 자금조달계획서를 재요청했으나 한화가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 결렬을 예고했다.
한화 측은 부동산 등 자산매각 등을 통해 6조원이 넘는 매각대금을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라는 위기상황으로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강조했다.
반면 산은 측은 MOU 체결 시점 이후 시장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한화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였다며 협상 과정내내 '인수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난했다.
대우조선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는 자산관리공사 고위 관계자도 "매각 문제는 산은에 맡겨놓고 그간 양측의 협상을 지켜봤으나, 우리도 한화측의 인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M&A 전문가는 "결국 산은과 한화가 무리한 매각. 인수 추진으로 자존심을 구기는 결과만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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