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63) 포스코 회장이 사임의사를 공식 표명한 이후 재계 서열 6위, 자산 규모 38조원의 포스코를 이끌어 갈 차기 회장 자리가 재계의 관심꺼리로 떠올랐다.
위치가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이 회장의 사임 발표 이전부터 ‘포스트 이구택’에 대한 여러 설들이 난무했다. 내부 승진을 한다거나 현 정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외부인사를 영입할 것이라는 말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현재까지 회장 자리에 가장 근접한 인물은 내부인사로 이구택 회장의 지지를 등에 업은 정준양(61) 포스코건설 사장이다. 두 사람은 서울대 공대 동문인데다, 그동안 생산·기술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윤석만(61) 포스코 사장도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윤 사장은 그동안 홍보·마케팅 등 관리부서를 두루 거쳤기 때문에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정 사장과 같은 나이지만, 입사는 1974년으로 정 사장보다 1년 빠르다. 임원 승진도 1994년으로 2002년 승진한 정 사장보다 8년 빠르다.
그러나 정준양 사장은 최근 불거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게 변수다.
지난해 3월 포스코 사장시절 최고 경영자 지위를 이용해 10억원을 들여 자사주 매매를 한 후 3개월 뒤인 6월16일 주식 일부를 팔아 9022만원의 거대 차익을 남겼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자질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증권거래법상 3개월 내 매각은 ‘경영진의 자사주 매도금지기간 6개월’이라는 조항을 어긴 것이어서 문제로 지적됐다. 또 최고경영자 위치에서 고급 내부정보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정 사장이 차기 후임자로서 도덕성이 결여된다는 것이다.
매년 윤리경영을 선언하며 거듭나야 할 포스코로서는 차기 회장에 거론되는 인물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 드러날 경우 심각한 공황에 빠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자사 주가가 하락세를 지속하자 주가 부양을 위해 매입을 한 것이었고, 규정을 모르던 정 사장의 부인이 일부 매도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정 사장은 이를 알고 곧바로 증권거래소와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고해 거래세와 수수료를 제외한 전액을 다시 반납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포스코 차기회장 자리를 놓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것이 사건의 발단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그 동안 주로 내부 인사가 회장직을 맡은 선례를 들어 외부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선대 회장 중 외부 인사 출신으로는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만제 회장이 유일한데, 임기 중 경영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외부 인사 영입 또한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주로 거론되는 인물은 사공일 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이희범 무역협회장 등이다.
문제는 포스코 정관에 외부 인사가 회장을 포함해 등기이사(사외이사 제외)로 경영진에 참여할 경우 ‘관련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았는지를 요구하고 있어서 자격 시비를 통과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한편으로는 이구택 회장의 잔여 임기 1년을 내부인사로 막고, 내년 2월 다시 회장을 선임할 때 외부인사가 영입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영리 기자 miracl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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