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와 권익위, 누구를 위한 통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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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1-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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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업무 중복을 문제삼아 통합을 주도하려던 여권의 움직임이 정치적 논리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를 낳고 있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28일 인권위 권한을 축소하고 두 위원회를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금명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영역이 중복되어있는지조차 파악치 못하고 있고 “관련자료가 없다”는 식의 주먹구구식 답변만 늘어놓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여권이 지난해 촛불시위를 진압한 경찰에 대해 인권탄압이라고 규정한 인권위를 압박하기 위해 통합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전방위로 제기되고 있다.

당시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경찰청은 물론 법무부, 한승수 국무총리까지 나서 “균형감을 잃은 결정”이라고 반박했고,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인권위 위상 및 조직축소 추진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논란이 일자 행안부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인권위의 업무상 독립은 인정하지만 조직운영은 행안부 소관”이라고 말하는 등 인권위와 현정부간 불편한 관계가 지속돼왔다.

본지가 입수한 김 의원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질의서에는 “인권위의 권리규제 대상 중 행정부 소속이 아닌 기관에서 발생하는 침해사건과 민간부문에서 차별사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역에서 행정기관 등에 의해 침해되는 권리구제 업무를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와 권한이 중첩된다”고 적혀 있었다.

또 질의서는 “2007년 인권위가 접수한 진정사건 6226건 중 권익위도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은 5759건 92.5%에 달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인권위와 권익위의 업무 가운데 92.5%가 동일한 영역임을 말해주고 있다”며 “인권위 측에 ‘감사원의 지적이 업무중복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감사원의 지적을 토대로 지금은 관련사실들을 확인하는 1차단계라고 할 수 있다”며 “중복이 최종확인되면 두 기관을 통합하는 내용의 법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복된 업무영역을 명시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하자, 김 의원 측은 “지난해 국정감사자료 질의서를 넣어둔 USB(휴대용 저장장치)를 전부 잃어버렸고 여러 경로를 통해 받은 관련자료도 총리실 감사 때인지 언제인지 잃어버렸다”며 “업무중복영역과 관련한 데이터가 있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인권위와 권익위의 업무중복부분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현재 1차조사단계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는 “쟁점법안이 많아서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며 “업무중복여부에 대해 조사를 하기에는 지금 처리해야할 쟁점들이 너무 많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통합 움직임을 정치적 논리로 규정하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조영호 인권위 홍보협력팀장은 “여권의 통합추진을 받아들일 수 없고 반대한다”며 “정치적 논리가 인권위의 본질적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인권위는 인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전 정권과도 관계가 불편했다”며 “그간 정치적 상황을 배제하고 판단을 거부해왔다”고 항변했다.

조 팀장은 “권익위와 업무가 중복된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알 수 없다”며 “일부만 보고 확대해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는 권익위에서 다루지 않는 인권실태조사, 인권교육, 국제인권단체와의 교류.협력 등 독자적인 업무를 수행해왔다”며 “진정사건 조사 등 일부 중복업무가 있다고 해도 설립취지나 기능이나 역할 등이 권익위와 확연히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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