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씨티그룹 등 미국 은행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 안정을 위해 5200조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금융위기가 안정되기는커녕 글로벌 경제의 침체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은행권의 안정을 위해서는 5200조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이 맞을 경우 미 의회가 승인한 7000억 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의 미집행금 3500억달러의 12배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시몬 존슨 선임 연구원은 "은행권의 부실자산을 감안할 때 현재 자본금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정부의 자금 지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고 CNN머니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슨 연구원은 "현재 은행권이 처한 상황을 보면 자본금 확충을 위해 미국 정부가 3조 달러에서 최대 4조 달러를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오바마 행정부가 은행시스템 안정을 위해 의회에 추가 구제자금을 요청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된다.
존슨 연구원은 4조 달러라는 금액은 대규모 은행시스템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다른 국가의 경험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액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미국 정부의 추가 구제금융 마련은 은행권 안정을 위해 필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FBR캐피탈의 폴 밀러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대형 8개 은행에만 최소 1조 달러 이상의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책 당국자들 역시 추가 구제금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지난주 상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아직 추가적인 구제금융이 필요한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그러나 전반적인 경제와 금융 부문의 위기가 지속된다면 재무부가 이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해 필요할 경우 추가 구제금융을 마련할 것임을 시사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 또한 지난 25일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TARP 미집행금인 3500억달러가 충분하지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해 정부 차원에서 추가적인 구제금융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전문가들과 정부 차원에서 추가 구제금융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담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구제금융은 제쳐 두고라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825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장기적인 이자 비용만 원금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더글라스 엘멘도프 의회예산국(CBO) 국장은 이날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이자가 1조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민주당이 제출한 경기부양책이 상당한 효과를 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비용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엘멘도프 국장은 "경기부양책에 따른 비용을 감안하면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할 것"이라면서 "경기침체의 깊이와 증가하는 부채가 모두 '놀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작금의 위기에서 은행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주요 은행에 대한 국유화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들의 악성 채권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인이 돼야 대규모 손실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유화보다는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배드뱅크 설립 역시 부실자산 가치 산정 기준을 비롯해 은행의 대출 여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대출이 늘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도 사라지지 않고 있어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권 안정을 위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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