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편성, 임원 선임 등 정부 관리..경영현황 공개
거래소 반발, 법적 대응 검토..노조도 총력투쟁 움직임
기획재정부는 2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증권선물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을 확정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뜻에 따라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이다.
증권거래소는 앞으로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예산편성과 임원 선임 등에 있어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되며 경영현황도 공개된다.
그러나 이는 전세계 국가 중 증권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사례가 없고 헌법과 자본시장통합법에도 역행하는 관치금융이란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예산부터 감사까지 정부 통제받는다
정부는 이날 재정부 배국환 2차관 주재로 열린 회의를 통해 증권거래소가 총수입의 50% 이상을 독점적으로 벌어들이고 있고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에 대한 감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방만경영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공공기관 지정 형태는 정책위에서 기존에 추진해 왔던 준정부기관 보다는 한 단계 아래인 ‘준시장형 공기업(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소는 앞으로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예산편성, 임원선임, 직원급여, 경영 평가, 감사 등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 증권거래소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와 정부의 예산 통제 등 관리 감독이 강화되는 것이다.
또 공공기관 경영정보공시시스템을 통해 경영현황도 공개해야 한다. 보고만으로 관련 업무가 끝나는 ‘기타공공기관'에 비해 간섭의 수준을 높인 것으로 이를 통해 정부가 증권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에 큰 이유로 꼽았던 방만경영에 방점을 찍는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예산집행과 경영과정에서 정부를 의식한 보수적인 운영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외국투자자들에게는 정부가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관여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관련 작년 말 파이낸셜타임즈는 한국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서울을 금융허브로 육성하려는 계획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증권거래소는 수일 내에 관보에 고시되며 이때부터 공공기관으로 분류되게 된다.
◆논란 불가피...자통법 훼손, 주주권리 침해 등
증권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을 둘러싸고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였던 정부와 거래소 간의 씨름은 결정이 난 이후에도 사그라지지 않고 더 심화될 전망이다.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함에 따라 금융기관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의 목적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호경 한양대 교수는 “공공기관법은 정부투자기관, 산하기관 등 여러 가지로 나눠져 있던 기관을 하나로 통일,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 사기업을 지배하기위한 법률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공공기관법을 사기업인 거래소에 적용하려는 것은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또 거래소 측은 민영화된 주식회사를 공공기관을 지정하는 것은 주주와 법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과 자유시장경제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맞서고 있다. 거래소 주주들 역시 임원임면권을 박탈당하게 되는 것도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거래소는 이미 수차례 업무추진비를 대폭 삭감하고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독점이익에 대한 사회 환원 문제로 정부와 합의했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투자자보호, 감시견제장치등을 수행하는 시장감시위원회를 가지고 있어 정부의 주장대로 감시를 받을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자통법은 규제를 완화시키자는 것인데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 이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주주가 피해를 입고 주주권에 피해가 된다면 법적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거래소측은 30일 이사회에서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거래소 노조 역시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김한나 기자 han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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