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애초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지난달 15일 물러난 한상률 국세청장의 후임을 가급적 빨리 임명한다는 계획이었으나 2주가 지나도록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2일 현재까지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 "차장 직무대행 체제가 잘 굴러가는데 굳이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고 말해 후임자 인선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국세청장 인선이 계속 늦춰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물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업무를 잘 알면서도 내부 조직논리에 휘둘리지 않을 인물이어야 하고 거기에다 개혁성과 도덕성 등 까다로운 조건까지 갖춘 인물을 찾기가 도무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4대 권력기관장 가운데 국가정보원장과 검찰총장, 경찰청장이 내정자를 포함해 모두 영남 출신인 만큼 국세청장은 가급적 비영남 출신인사를 발탁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T.K(대구.경북) 출신인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내정철회 쪽으로 결론난다면 영남 출신이 기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조용근 한국세무사회 회장을 비롯해 허용석 관세청장, 오대식 박찬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고 있으나 누가 특별히 유력하다고 할 정도로 압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뒤늦게 새로운 인물들이 부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없지 않다. 우선 세금과 전혀 관련없는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 얘기가 나돌고 있으나 여권 안팎에서는 대체로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조세업무를 너무 모를 경우 고유업무 추진은 물론 내부조직 개혁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세청 내부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된 것 같은 시나리오지만 최근에는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허병익 현 국세청 차장의 내부승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허 차장은 강원 강릉 출신으로, 지역색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다만 허 차장은 내부 출신에 사실상 `2단계 승진'이라는 점 때문에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청와대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말 그대로 후임자를 정하지 못한 상태로, 앞으로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누구를 낙점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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