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경제위기로 업종을 불문하고 주요 기업들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를 삼는 리더들은 난세에 더욱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모두가 힘들다고 할 때 움츠리기보다는 위기를 성장을 위한 도약의 발판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침체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들의 성공 이유와 배경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下) 허쉬, 불황도 ‘달콤’...프리미엄 시대는 갔다
허쉬에게는 불황도 달콤하다? 프리미엄 초콜릿의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허쉬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기침체를 맞아 미소를 짓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을 달리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초콜릿 판매가 증가하면서 지난 4분기 실적이 개선되는 등 경쟁업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프리미엄 초콜릿의 강세속에 경쟁업체인 마스에게 시장점유율이 밀리는 등 부진했던 허쉬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허쉬가 선전해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은 허쉬의 초콜릿 월드 전경. |
2007년까지 전세계적인 웰빙 바람 속에 마스가 프리미엄 브랜드 '도브'에 힘입어 글로벌 초콜릿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지만 이제 상황은 역전되고 있다.
고용시장 악화와 소비지출 부진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허쉬의 초콜릿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스타벅스의 카라멜 마키아토와 마다가스카르의 바닐라 빈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허쉬에게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허쉬는 2년 전부터 스타벅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 초콜릿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데이빗 웨스트 허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경기침체와 함께 의류와 커피처럼 프리미엄 초콜릿 역시 판매가 부진하다"면서 "프리미엄 초콜릿 판매는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보합권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웨스트 CEO는 "프리미엄 초콜릿 제조업계는 소비보다 많은 초콜릿을 생산했다"면서 "문제는 소매업체들의 프리미엄 초콜릿 판매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웨스트 CEO의 발언은 단순히 경쟁업체를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그의 발언은 프리미엄 초콜릿 업계의 전반적인 현황을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대표적인 프리미엄 초콜릿 업체인 오 초콜릿(Haut-Chocolat)의 카트리나 마코프 대표는 "지난 4분기 매출 성적이 좋지 않다"면서 "소비자들은 100달러 이상의 초콜릿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5달러에서 50달러 선의 제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초콜릿 업계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발렌타인 데이에 대한 전망 역시 우울하다. 지난해 발렌타인 데이에 소비자들은 평균 75달러에서 80달러짜리 초콜릿을 구매했지만 올해 평균 구매 가격은 50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마코프 대표는 "소비자들은 럭셔리 제품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주문자생산에 주력하는 세계 최대 초콜릿 제조사인 배리 콜레바우트의 패드릭 드 메세네 대표는 "최근 수년에 걸쳐 유럽시장은 1~2%, 미국은 2~3% 성장했지만 전반적인 소비는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드 메세네 대표는 전반적인 시장 악화로 올 하반기 부활절에나 초콜릿 산업이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업계에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2009년 부활절을 노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콜릿 업계에 아웃소싱 바람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업계 자금 사정 악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네슬레, 허쉬, 캐드버리, 모리나가 등 주요 초콜릿업체들은 지난해 배리 콜레바우트와 2년간 15만톤의 초콜릿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편 불황을 맞아 프리미엄 초콜릿업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프리미엄 초콜릿 매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고디바의 짐 골드만 CEO는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저가 제품의 판매 증가가 두드러지겠지만 전체적인 매출은 양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위스의 프리미엄 초콜릿업체 린트&쉬프륑리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린트에 따르면 2008년 매출은 5.8%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목표치인 6~8% 증가에 비해 부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초콜릿 시장에서 중저가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과의 판매 차이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 데이빗 웨스트 허쉬 CEO는 프리미엄 초콜릿 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허쉬의 실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
허쉬는 전반적인 업계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 4분기 822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51%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3% 증가한 13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허쉬는 키세스 브랜드의 판매가 줄었지만 허쉬 초콜릿바를 비롯해 그 밖의 주력 제품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이를 상쇄했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전반적인 매출 부진을 겪었지만 허쉬는 기존 제품에 대한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면서 경쟁업체들에 비해 양호한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허쉬는 기업 연기금 운영과 관련된 비용이 부담이기는 하지만 가솔린과 원자재 가격 하락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쉬는 올해 매출이 2~3%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허쉬의 지난 4분기 성적은 고무적이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밝지 않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스티플니콜라우스의 크리스 그로웨 애널리스트는 "지난 분기 허쉬의 실적은 개선됐다"면서 "그러나 현재 주가에 반영된 프리미엄은 지나친 감이 있으며 매도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