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반분양을 앞둔 상당수 재개발 단지의 관리처분계획상 일반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거나 비슷한 '역전현상'이 빚어지면서 분양 시기를 연기하는 등 분양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재개발 전문가들은 "조합원간의 보상과 추가분담금 문제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개발, 뉴타운 사업이 높은 분양가와 주변 집값 하락으로 진퇴양난에 빠져있다"며 "소송 등 조합원간의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집값이 회복되지 않는 한 일반분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2구역과 1구역은 각각 지난해 7월과 9월에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지난해 말 일반분양을 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10-11월로 분양시기를 1년 가까이 연기했다.
이주, 철거가 다소 지연된 까닭도 있지만 지난해 말 부터 이어진 경기침체로 아예 올 하반기로 분양시기를 미뤄놓은 것이다.
이들 아파트의 관리처분계획상 108-110㎡대 일반분양가는 3.3㎡당 1800만 원대로 약 5억9000만-6억 원선에 이른다.
반면 이들 주택형에 입주할 수 있는 현재 조합원 지분의 급매물 가격은 프리미엄을 포함해 약 5억5000만-6억원 선으로 일반분양가보다 싸다.
아직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한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3구역도 109㎡의 일반분양 예정가가 3.3㎡당 1900만원대에 이른다.
왕십리 2구역의 시공사 관계자는 "일반분양가가 조합원 지분 시세나 주변 집값보다 높으면 분양을 하기 힘들다"며 "일반분양가를 낮추지 않는 한 집값이 올라야 분양성이 보장돼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3구역도 높은 일반분양가로 애를 먹고 있다. 이 곳의 관리처분계획상 105㎡의 일반분양가가 7억3000만-7억6000만 원선(3.3㎡당 2300만-2400만 원선).
하지만 지분 시세가 약세를 보이면서 이 주택형에 입주할 수 있는 조합원 지분은 과거 6억3000만 원까지 거래됐지만 현재는 5억6000만 원이면 살 수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근 기존 아파트 시세 역시 일반분양가에 훨씬 못미친다. 아현동 마포트라팰리스2차 117㎡는 현재 매매값이 5억3000만-5억8000만원이고, 신공덕동 삼성래미안1차 109㎡는 5억-6억2000만원 선이다.
특히 펜트하우스인 257㎡와 297㎡는 예상 일반분양가가 강남권 아파트보다도 비싼 3.3㎡당 3000만 원대에 달한다.
이 때문에 올 4-6월로 예정된 이 곳의 일반분양 시기도 주택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대문구 가재울 뉴타운도 조합원간의 갈등외에 분양가가 일반분양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가재울 3구역의 경우 109㎡에 입주할 수 있는 조합원 지분 가격은 프리미엄을 포함해 총 5억 원 안팎인 반면 현재 계획된 일반분양가는 3.3㎡당 1600만 원으로 5억2000만 원이 넘는다.
현재 서대문구 남가좌동 래미안 남가좌2차 109㎡ 시세는 4억7000만-5억4000만 원, 북가좌동 가재울뉴타운 아이파크 109㎡는 4억8000만-5억원 선으로 일반분양가보다 낮다.
시공사측은 현재 분양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이달 20일로 예정된 관리처분변경 총회에서 일반분양가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조합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재개발, 뉴타운의 일반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것은 경기 침체와 더불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탓이 크다고 말한다.
J&K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2007년 말 상한제 적용 시한 전까지 조합원 동의를 끌어내려면 조합원 추가부담금을 낮춰야 하고, 이 경우 관리처분계획상 일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값이 하락하면서 일반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아져 분양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재개발 조합원 지분가격이 하락하면서 일반분양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이라며 "집값이 회복되지 않는 한 일반분양을 앞둔 조합과 시공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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