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8개 시중은행 가운데 6~7곳이 정부로부터 총 4조~5조 원의 자본을 지원받을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 우리금융지주 3개 자회사 및 기업은행, 외환은행, 농협, 수협 등 7곳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기자본비율(Tier1)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작년 말 기준 9%)를 맞추지 못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기본자본비율이 7%대에 머물 것으로 보여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2조 원 가량을 지원받을 전망이고 광주은행과 경남은행도 이 비율이 각각 7.6%, 7.8%로 추정돼 3000억 원씩의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농협(6%대 중반)과 수협(6.5%)은 이 비율이 정부권고치에 크게 못 미쳐 각각 1조 원 안팎, 3000억 원 정도의 자본 수혈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고 기업은행도 기본자본비율이 7%대 후반으로 5000억 원 이상의 지원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은행은 8%대 중반으로 정부에 손을 벌려야 할 상황이지만 신청 여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정부지원 가능성이 높은 이들 은행(외환은행 제외)이 수혈을 요청한다면 그 규모는 4조4000억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은행권에 최근 기업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한 16개 건설·조선사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액 1조7800억 원을 반영해 지난해 말 기준 BIS 비율을 산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자본확충펀드의 1차 지원 규모가 5조 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또 경영 간섭을 우려한 은행들이 자본 수혈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더라도 경영에 손 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지난해 외화차입에 대한 정부의 지급 보증 대가로 임원 임금 삭감, 중소기업 대출의 일정 비율 유지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당한 적이 있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으면 기업 대출과 구조조정 여력이 커지지만 정부의 경영 간섭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는 은행들의 원활한 실물 경제 지원과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실탄을 넣어주는 것으로 경영 간섭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은행들의 자본확충펀드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이달 중순과 3월 결산이 이뤄지는 4~5월 등 2차례만 펀드 지원 신청을 받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에 상황이 바뀔 수 있지만 일단 은행들이 이 펀드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며 "펀드 지원을 받아 자본을 늘려놓는 것이 대내외 신인도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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