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경기회복 기대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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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2-0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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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세계경제는 현재 60년만에 가장 큰 사이클에 해당하는 불황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 4분기 이후 선진국부터 시작된 경기침체가 개도국으로 파급되면서 올해 세계경제는 그야말로 글로벌 경착륙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세계 각 예측기관이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다달이 하향 조정하고 있어 현재 경기침체 골이 그만큼 매우 깊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현 시점에서 볼 때 경기회복 시기에 대해서도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하반기 경에 경기회복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따지고 보면 상당부분 지표상 기술적 반등 가능성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기침체는 글로벌화 시대에 처음 겪는 현상으로서 어느 누구도 경기회복 시기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즉 지표상의 기술적 반등은 적어도 내년 중에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의미에서 경기회복 국면에 이르기까지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 이유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침체 발단원인이 2003년 이래 5년 동안 누적되어 온 부동산, 주식, 원자재를 비롯한 자산가격 버블이 동시에 붕괴되면서 초래된 것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침체는 앞으로 상당기간 디플레이션 위험을 수반할 것이기 때문에 침체기간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소지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으로 인한 추가 잠재부실까지 감안하면 경기회복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

특히 한국경제는 다른 국가에 비해 대외의존도가 높아 수출회복이 뒷받침이 되지 않는 한 내수경기 활성화에만 기초한 자율적 경기회복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고환율 정책에 의한 수출호조와 IT경기 태동에 의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침체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침체는 내수부진과 더불어 글로벌 경기침체에 기인한 수출경기 침체를 동반하고 있어 여느 때보다 경기하강 위험이 훨씬 큰 편이다. 세계 각 정부도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서 자율적인 내수회복 에너지가 크게 훼손된 상태이므로 유효수요 창출을 위해 전방위적인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기주의적인 환율전쟁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 경우 해외차입에 의존해 온 신흥개도국이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국제교역량 위축으로 글로벌 경기회복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우리 경제는 축소 지향적 구조개선과 효율화가 주된 관심사가 될 것이다. 가계는 소득증가 보다는 소비축소에 의한 부채감축 쪽에, 기업은 매출확대 보다는 고용 및 비용 축소에 의한 경영위기 방어 쪽에, 국제수지는 수출증가보다는 수입축소에 의한 경상수지 개선 쪽에 무게 중심이 두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장에서 신용위험을 낮추기 위해 썩은 사과를 골라내는 기업구조조정 노력도 수 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구조개선 노력은 우리경제가 앞으로 선순환 국면으로 진입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치러야 하는 진통이 될 것이다. 향후 주식시장 흐름은 우려와 기대가 변덕스럽게 교차하면서 신호등이 언제든지 돌발적으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므로 긴 호흡으로 방어적인 전략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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