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언 파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는 5일 미 의회 상원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서면자료를 통해 "북한이 지난 2006년 핵무기(nuclear weapon)를 폭발시켰다"고 말했다.
파네타 지명자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을 `핵장치(nuclear device) 폭발실험'으로 규정해왔던 기존 미국 정부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핵장치'는 말그대로 핵무기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음을 일컫는 것으로, 지난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의 성격을 `핵장치 폭발실험'으로 보느냐, `핵무기 폭발실험'으로 간주하느냐에 따라 북한 핵능력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지게 된다.
파네타 지명자의 발언은 단순한 `표현상의 실수'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다.
우선 미국 정보기관의 중추인 CIA 최고 책임자 임명을 앞둔 사람의 '서면' 발언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친 답변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앞서 국가정보위원회(NIC) 보고서와 국방부 산하 합동군사령부(JFC) 보고서에서 이미 북한을 `핵무기보유국'으로 명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뿐만아니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2009년 1.2월)에서 이미 북한이 수 개의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언급했던 것.
한국 정부를 비롯해 일각에선 미 행정부 내에서 북한 핵능력을 이처럼 평가하는 데 대해 ` 실수'로 치부해왔지만 일련의 정황들을 차근차근 살펴보면 실수 차원을 넘어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미국 정부는 지금도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핵확산 방지라는 국가전략이나 북한을 완전히 비핵화하려는 외교정책 상의 목적을 위해 이런 입장을 공식화하는 것일 뿐 북한의 핵무기 존재 자체는 기정사실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북한의 핵무기 존재를 인정하느냐 여부는 미국의 국가안보 및 국방정책상 중요한 출밤점이 된다.
북한에 핵무기가 있는 것을 전제할 때 미국의 국방정책 및 군사전략과 북한이 아직 핵무기 개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될 때의 정책 및 전략은 크게 달라진다.
미국이 최근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북한의 핵무기 및 핵물질의 안전확보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미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이미 미 행정부 내에서는 북한의 핵지위가 사실상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취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을 받지는 못하지만 핵무기 보유 사실은 묵인되는 수준으로 미 행정부 일각에서 북한의 핵능력을 간주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핵무기 보유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핵무기 실험을 했느냐 여부가 중요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2006년 북한 핵실험의 성격을 `핵장치'가 아닌 `핵무기 폭발실험'이라고 규정한 파네타 지명자의 발언은 중요한 의미를 띤다.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북한의 핵실험 실시 및 국방부.국가정보위 보고서의 북한 핵보유국 명기를 상기시키면서 현재 미 행정부 내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러한 `미 정부의 북한 핵능력 인정설'은 한국 정부의 평가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에서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간주하는 보고서와 발언이 잇따르고 있을 때도 한국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 핵무기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북한이 6~7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40여kg을 추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종전 입장만 되풀이 했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객관적 사실로 인정할 경우 한반도에 불어올 후폭풍을 우려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그런 `정책적 배려'가 아니라 실제 한.미 간 북한 핵능력 평가에 대한 의견차라면 중대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북한 핵무기 문제가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한.미 양국 간 북한 핵능력에 대한 명확한 평가와 판단, 이에 대한 공유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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